11달만에 첫 공개…유가족 귀향 이어져
지난해 5월 쓰촨성 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베이촨이 한국의 한식일에 해당하는 청명절(4일)을 앞두고 개방돼, 폐허에 묻힌 가족들을 추모하려는 이주민들의 귀향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촨이 이주민들에게 개방된 것은 지진 발생 이후 처음이다.
지진이 휩쓸고 간 이후 폐쇄됐던 베이촨은 1일 오전 7시부터 이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이주민들은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집과 학교, 사무실을 찾아 조화를 바치고 향불을 태우며 먼저 간 가족과 친지, 동료들을 추모했다. 아파트가 무너지는 바람에 아내와 아이를 잃은 차오훙(34)은 <차이나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가 아내의 생일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베이촨은 진앙지인 원촨과 가까워 지진의 피해가 집중됐던 곳이다. 전체 인구의 3분의 2 가량인 1만5600여명이 한꺼번에 숨져 순식간에 ‘유령도시’로 변했다. 4700여명은 지금도 실종된 상태다. 쓰촨성 위생당국은 이날 폐허로 변한 건물 주변에 대한 방역을 한층 강화했다. 경찰은 4일까지 베이촨 출신 이주민들에게만 진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주민들은 학교 건물더미 주변에서 더욱 가슴 아파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베이촨고등학교 담벼락엔 수천개의 종이 국화와 하트 모양의 카드가 나붙었다. 지진 당시 베이촨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선 9100여곳의 학교가 무너져 1만여명의 학생들이 생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한동안 중국 사회에선 ‘두부로 만든 학교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중국 당국은 아직까지도 희생된 학생들의 숫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학교 부실공사를 비난하거나 학생들의 피해상황을 조사하는 인권활동가들을 체포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26명의 학생들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멘주의 푸신 제2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9명은 최근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학교 붕괴 원인을 밝혀줄 것을 청원하기도 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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