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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이 ‘개그’에 빠졌다

등록 2009-04-28 13:56

‘맹구’ 닮은 샤오선양 벼락스타
“개그수준 한단계 올렸다” 평가
특파원 리포트

“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대요. 흐~흥. 그런데 어느날 엄마를 따라 장에 갔는데, 누가 그러는 거예요. ‘아니 왜 원숭이를 데리고 나오셨어요.’ 히~힝. 피아피아.”

요즘 중국에서 ‘샤오선양’(小瀋陽)이라는 이름을 모르면 시쳇말로 촌놈이다. 머리에 분홍색 핀을 꽂고, 어깨엔 장바구니를 걸치고, 체크무늬 치마바지를 입고 재담을 늘어놓는 그의 인기를 문화현상으로 해석하는 평론가까지 나올 정도다. 개중에는 그를 ‘중국 최초의 개그맨’으로 칭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의 코미디를 ‘웃으면 복이 와요’ 수준에서 ‘개그 콘서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가 걸으면서 내는 ‘피아피아’라는 소리는 최고의 유행어다. 이 소리에 반한 한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피아피아’라는 아명까지 붙였다. 그러나 이 소리를 한자로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는 중국인들도 모른다. 물건이 서로 부딪치거나 긁히면서 나는 소리를 모방한 동북지방의 방언이라는 게 이 말에 붙은 유일한 해석이다.

샤오선양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특집 프로그램 ‘춘절만회’에 출연한 이후 벼락스타가 됐다. 20분짜리 단막극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식당 종업원으로 분한 그는 첫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공연 이후 그가 개설한 블로그에는 사흘 만에 200여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최근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 초대돼 외국 대표들 앞에서 공연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유강문 특파원
유강문 특파원


그는 원래 중국 동북지방의 전통희극 ‘얼런障二人轉)을 하는 배우였다. 일남일녀가 원색적인 옷을 입고,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얼런樗한국의 만담과 비슷하다. 주로 노래로 이야기를 전하는데, 가락이 우렁차고 호탕하며, 가사는 재치가 넘친다. 간혹 욕설과 비속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랴오닝성 출신인 샤오선양은 어릴 적부터 이런 얼런樗보고 자라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16살에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간 그는 곧바로 당대 최고의 얼런배우인 자오번산의 수제자가 된다.

그는 주로 여자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머리에 핀을 꽂고,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치마를 걸친다. 얼핏 보면 한국의 ‘맹구’처럼 보인다. 실제 그는 이따금 말꼬리를 올려 ‘흐~응’ 하는 콧소리를 낸다. 중국 텔레비전에서 이런 교태 어린 콧소리를 낸 사람은 그가 처음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중국의 한 매체는 그의 과장된 분장을 까만 팬츠에 빨간 하트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개그 콘서트’의 ‘왕비호’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통속적이고 저속하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분장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값싼 웃음을 판다는 것이다. 차오잉르 칭화대 교수는 “영혼이 없다”고 그를 깎아내렸다.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일부 대표들이 “사상을 중시하지 않는다”며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공연을 보며 배꼽을 잡는다. 그의 저속함을 꾸짖는 이들의 근엄함을 비웃는 듯하다. 경기침체라는 강퍅한 현실에서 웃음을 잃은 중국인들이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어떤 분석은 제법 그럴듯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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