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주년에도 공식행사 안열어…민주화 요구 차단조처
1919년 5월4일 베이징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대규모 반제반봉건 시위인 ‘5·4운동’이 중국 정부의 ‘불편한 기념일’로 변했다. 역시 학생들이 주도했던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시위 20주년을 앞둔 탓인지, 운동의 민주주의 정신을 축소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정부는 이날을 ‘청년절’로 정해 해마다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러왔지만, 90주년을 맞는 올해엔 의례적인 기념에 그쳤다. 운동의 발원지인 베이징대에서조차 특별한 공식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해마다 이날이면 베이징대를 찾곤 했던 중국 지도부도 이번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학생들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학생들이 외쳤던 ‘민주주의의 정신’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양쓰위안 중앙민족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선전당국이 1998년부터 5·4운동 앞에 ‘애국’ ‘진보’라는 말을 붙이면서 ‘민주’의 의미가 뒤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식도 변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만2천여명의 학생들에게 ‘5·4운동의 정신이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애국주의를 꼽은 응답자가 40.2%로 가장 많았다. 민주주의라는 대답은 23.4%에 그쳤다. ‘월급이 적더라도 사회공헌도가 큰 직장에 다니겠느냐’는 질문에 58.5%는 ‘싫다’고 답했다.
중국 지도부가 5·4운동에서 민주주의를 배제하는 이유는 다음달 4일 천안문 민주화시위 20주년을 앞두고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가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학생들의 관심이 부강한 조국 건설에 집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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