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이 5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차기 지도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시진핑 부주석과 만나 양국 및 동북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한국과 일본도 핵을 갖겠다고 나서게 되므로 북한 핵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인내심과 탁월한 지혜로 많은 일을 해온 만큼 더 좋은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진핑 부주석은 “중국은 진심으로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바라며,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 제공
중 지도부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예우
악화된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민 숨어 있어…
악화된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민 숨어 있어…
중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5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차기 지도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시진핑 부주석과 만나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구축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시 부주석이 한국의 정상급 지도자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만남은 중국이 김 전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김 전 대통령에게 외국 정상들이 묵는 조어대(댜오위타이) 1개동을 통째로 제공했다.
중국은 김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한-중관계 발전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의 정치·경제·문화 교류가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에서 ‘한류’가 일어나는 등 한-중관계가 본격적인 교류의 시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 등 당시 지도부와 맺은 밀접한 협력관계를 소중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베이징에 와서도 중국 쪽에 “그분들과 함께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일했던 것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갖고 있다”며 안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취한 태도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시절부터 중국과의 수교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대만에 이런 사정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 외교부 전직 관리가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몇 차례 대만의 초청을 받았으나,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를 사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한 인사는 “중국 정부가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김 전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하는 데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악화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의 고민과 희망이 숨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 핵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김 전 대통령과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이 상통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통해 국제사회와 북한에 대화의 메시지를 주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4일 중국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8일까지 베이징에 머문다. 김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퇴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전 대통령은 6일 오전 베이징대에서 ‘북핵 해결과 동북아의 미래-중국에 기대한다’는 제목의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