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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관광 명소’가 된 대재앙 현장

등록 2009-05-10 21:02수정 2009-05-10 22:12

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베이촨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9일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서 있다. 베이촨/유강문 특파원
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베이촨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9일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서 있다. 베이촨/유강문 특파원
베이촨 등에 인파 북새통
추모보다 사진촬영 바빠
생존자 ‘참사 상품’ 팔기도
9일 낮, 쓰촨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베이촨의 한 언덕. 중턱 쯤 오르니 지진 당시 폐허로 변한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 곳곳엔 산사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아래로 건물들의 잔해가 쓰레기더미처럼 흩어져 있다.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건물들도 성냥갑을 우그려놓은 듯하다.

 이 언덕엔 요즘 매일 장이 들어선다. 대재앙의 현장을 직접 보려는 이들이 꼭 찾는 ‘명소’가 된 탓이다. 주변엔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향과 종이돈은 물론, 지진과 관련된 각종 사진과 디브이디(DVD) 등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 작은 상가를 이뤘다. 방문객들을 위해 사진을 30초 만에 현상해주는 작은 사진관도 들어서 있다.

 노점은 연 이들은 대부분 지진의 참화 속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이들이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 옆에 자리를 잡은 한 노점상은 “지진 당시 혼자 건물더미를 헤치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지진 전과 후의 베이촨을 보여주는 사진을 6위안(1100원)에 판다. 지진으로 한꺼번에 집과 땅을 잃은 그에겐 그나마 유일한 수입원이다.

 대지진 1주년이 다가오면서 ‘지진 명소’에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참에 대재앙의 현장을 관광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생각없는 관람객들 때문에 추모 분위기가 변질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베이촨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엔 “희생자들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나붙었다.

 언덕 아래 있는 베이촨중학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숨진 이곳엔 특히 참배객들로 붐빈다. 마침 한 노부부가 찾아 향을 피우고 종이돈을 태운다. 이들은 당시 교사로 일하던 형제를 잃었다고 한다. 청두에서 왔다는 가오쥔(23)은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교정 한켠에 남은 2층짜리 건물에선 폐허를 찍는 이들의 카메라 소리가 요란하다.

 지진이 발생한 2시28분에 시계바늘이 멈춰선 한왕의 시계탑은 하루 200~300명의 관람객을 맞는다. 버스를 타고 온 이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재앙의 순간을 기억하는 시계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휙 사라진다. 시계탑 옆엔 사진과 우표, 디브이디 같은 ‘지진 기념품’을 파는 노점도 생겨났다. 사료를 파는 가게를 운영했다는 노점 주인은 “그래도 수입이 예전같지 못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중국 정부는 12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오후 2시28분부터 1분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도 전국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지진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그런 추모의 묘한 변주곡이다. 쓰촨성 정부는 폐허로 변한 베이촨 도심을 지진박물관으로 꾸미는 등 173곳을 지진 관광명소로 개발하고 있다.


베이촨 한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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