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지진 현장에서 29명의 목숨을 구해 ‘구조광인’ 이란 별명을 얻은 천옌이 지난달 20일 신부와 함께 한왕의 폐허에서 결혼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12일 결혼식을 올렸다.(사진 맨위) ‘경례 소년’ 랑정.(위 왼쪽) ‘콜라 소년’ 쉐샤오.(위 오른쪽) 중국 신문망
쓰촨성 대지진 당시 희망 안긴 그때 그 사람들은…
‘콜라소년’ 대수술뒤 미 유학 꿈
‘경례소년’ 총리등 주변사랑 듬뿍
‘미녀여경’ 경찰 일하며 엄마 꿈
‘애정남편’은 곧 재혼 실망 안겨
‘콜라소년’ 대수술뒤 미 유학 꿈
‘경례소년’ 총리등 주변사랑 듬뿍
‘미녀여경’ 경찰 일하며 엄마 꿈
‘애정남편’은 곧 재혼 실망 안겨
“아저씨! 콜라가 마시고 싶어요. 아주 찬 걸로요.”
지난해 5월12일 쓰촨성을 강타한 지진으로 붕괴된 학교 건물더미 속에서 80여시간 만에 구출된 쉐샤오(18)는 이 한 마디로 ‘콜라 소년’이란 별명을 얻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쾌활함을 잃지 않은 그에게 중국 누리꾼들이 바친 ‘헌사’였다.
구출된 이후 오른팔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은 그는 지금 미국 유학이라는 ‘새로운 콜라’를 찾고 있다. 청두의 실험외국어학교 2학년인 그는 내년에 학교를 마치면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그의 꿈은 홍콩의 재벌 리자청처럼 돈을 많이 벌어 훌륭한 자선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12일 쓰촨성 대지진 1주년을 맞아 당시 피해 복구와 구조 현장에서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던 이른바 ‘지진 명인’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의 삶엔 여전히 지진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지진 현장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해 ‘구조광인’이란 별명을 얻은 천옌(37)은 이날 신부와 함께 한왕의 폐허를 찾아 결혼식을 올렸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29명의 목숨을 구한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구조활동으로 찬사를 받았었다.
베이촨의 유치원 건물더미에서 구출돼 들것에 실려나오면서 자신을 구해준 인민해방군에 멋진 경례를 올려 화제를 모았던 ‘경례 소년’ 랑정(4)은 지금도 주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까지 지난달 27일 그에게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을 정도다.
지진으로 딸을 잃고도 구조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미녀 여경’ 장민(29)은 지금도 여전히 경찰로 일하고 있다. 당시 공로로 공안계통의 일급영웅 칭호를 받고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지만, 자신은 경찰의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요즘엔 다시 엄마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들처럼 명인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은 아내의 주검을 업고 오토바이를 몰아 한왕의 집으로 가던 모습이 찍혀 ‘애정 남편’으로 불렸던 우자팡(46)은 얼마 뒤 재혼하면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알고보니 그가 죽은 아내와 사이가 안 좋았고, 부모에게도 효도하지 않았다는 비난까지 더해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