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야 카디르
중 당국 시위주도 지목한 레비야는 누구
중국 공안당국이 이번 우루무치 시위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한 레비야 카디르(62·사진)는 ‘위구르족의 달라이 라마’로 불리는 여성이다. 가난한 추방자의 딸로 태어나 중국에서 일곱째 거부가 되었다가 다시 ‘독립 투사’가 된 그는 중국이라는 하늘 아래서 독립을 꿈꾸는 위구르인들의 고난을 웅변한다. 2005년 출간된 그의 전기 제목도 <하늘을 흔드는 사람>이다.
레비야는 1947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산악지대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 시절 한족들이 대거 신장으로 이주해오자 사막지대로 추방됐다. 15살 때 결혼했지만, 빈곤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그는 28살 때 이혼하고 도시로 흘러든다.
그는 아커쑤의 네거리에서 세탁소를 연다. 빨래통 1개와 빨래판 3개, 비누 5개가 밑천의 전부였다. 뛰어난 수완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목재상과 무역업 등을 통해 백만장자가 됐고, 신장위구르자치구 인민대표라는 중국의 선물도 받는다.
잘나가던 삶은 위구르 분리 독립운동가이자 남편이 된 시디크 로우치를 만나면서 극적으로 변화한다. 위구르족의 현실에 새롭게 눈을 뜬 카디르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폭로하는 운동가로 변신했다. 1996년 시디크를 미국으로 탈출시킨 그는 1999년 체포돼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목으로 8년형을 선고받는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그는 모든 부를 잃고 재산을 압류당했다.
2005년 3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 신병치료 명목으로 가석방된 카디르는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그러나 신장에 남은 아들 아블리킴 아브디리임은 분리주의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카디르는 2006년 세계위구르협회 회장으로 선출됐고,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동투르키스탄’(위구르인들이 신장을 가리키는 용어)의 독립을 주장한다. 반면 중국 정부는 그를 가장 위험한 분리주의자로 낙인찍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카디르를 면담하자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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