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경제학자 일함 토티(39)
“위구르 분리주의 못잖게 한족 제일주의 위험”
학계 158명, 위구르 경제학자 ‘일함 토티’ 석방 촉구
“화합 강조 인물마저 적대시하면 누가 친구 되나”
학계 158명, 위구르 경제학자 ‘일함 토티’ 석방 촉구
“화합 강조 인물마저 적대시하면 누가 친구 되나”
“우리 한족은 중국 인구의 95%를 차지하는 주체 민족이다. 따라서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는 이들은 반한족 세력이며 비한족 세력이다.”
한족들의 사이트인 ‘한쭈왕’(한족망)에선 요즘 한족들의 단결을 호소하는 글들이 꼬리를 문다. 지난 5일 발생한 우루무치 유혈사태는 분리주의·극단주의·테러주의 세력이 선동한 범죄라며, 중국 정부의 단호한 조처에 지지를 보내자고 부추기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신랑이나 소후 등 주요 포털사이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 정부가 유혈사태의 배후로 지목한 위구르족 망명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를 비난하고, 위구르족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붙이는 원색적인 공격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도 한족과 위구르족의 화해를 호소하며, 중국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작은 목소리들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민족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 왕리슝을 비롯한 중국 지식인 158명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위구르족 경제학자 일함 토티(39·사진)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13일 온라인에 띄웠다. 중앙민족대학의 일함 교수는 지난 8일 자정께 친구인 황장진(39)에게 “전화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중국 당국에 구금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함 교수는 민족화합을 강조해 온 대표적인 소수민족 지식인”이라며 “정부가 그에게 부당한 조처를 하면 민족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일함 교수 같은 지식인조차 적대세력으로 만든다면 누가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그렇게 되면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노예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구 황장진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며 인터넷에 올린 ‘안녕, 일함 토티’라는 글에도 많은 누리꾼들이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위구르족 분리주의 못잖게 한족 제일주의도 위험하다”며 한족들의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경계했다.
일함 교수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위구르족의 높은 실업률 등 중국 소수민족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당국의 눈 밖에 났고,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는 한족 이주자와 토착 위구르족의 공평한 발전 없이는 신장에 평화가 올 수 없으며, 언론의 자유 없이는 위구르 지역의 안정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누얼 바이커리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일함의 웹사이트가 유혈시위를 선동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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