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중국, 법률인권단체 탄압

등록 2009-07-22 19:45수정 2009-07-23 16:09

‘궁멍’ 사무실 폐쇄·소속 변호사 자격 박탈
중국 당국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변론 및 인권 보호 활동을 펼쳐온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단체 ‘궁멍’(公盟)의 법률연구소를 폐쇄하고, 소속 변호사 50여명의 자격을 박탈해 파문이 일고 있다.

베이징시 시민국은 지난 17일 궁멍이 운영하는 법률연구소에 들이닥쳐, 이 연구소가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며 컴퓨터를 압수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궁멍 쪽은 산하 연구소는 별도의 등록 절차가 필요없는데도 당국이 불법적으로 컴퓨터를 압수하고 사무실을 수색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시 조세국은 앞서 14일에는 궁멍이 미국 예일대로부터 받은 후원금과 관련한 세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았다며 142만위안(2억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에선 탈세의 경우 50%에서 최고 500%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 이 단체에는 가장 높은 500%의 비율을 적용했다.

이 단체에 소속된 변호사 가운데 53명도 갑자기 자격을 박탈당했다. 베이징시 사법당국은 최근 웹사이트에 이들 변호사의 명단을 올리고, 이들이 당국에 제대로 등록을 하지 않아 자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자격을 박탈당한 변호사 가운데는 중국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인 티베트 승려를 변론했던 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궁멍은 2003년 중국 광저우에서 발생한 이른바 ‘순즈강 사건’을 계기로 쉬즈강 베이징대 교수와 몇몇 인권변호사들이 만든 민간단체다. 이주노동자였던 순즈강은 당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용자 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을 당해 숨졌다. 중국 당국은 그의 죽음을 심장병에 의한 사망으로 은폐하려 했으나, 당시 부검의를 취재한 한 매체의 폭로로 진상이 밝혀졌다.

궁멍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인권 보호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멜라민 분유 파동과 관련한 소송을 비롯해 최근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관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여성안마사에 대한 무료변론도 이들이 담당했다. 궁멍은 수용시설 재소자 처우 개선, 철거민 보호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궁멍에 대한 벌금 부과 및 법률연구소 폐쇄 사실이 알려지자 공산당 안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젠룽 사회과학원 사회문제연구센터 주임은 “궁멍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비애”라며 “국가가 헌법에 부여된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인정할 용기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멍은 시민단체를 결성하기 힘든 중국의 현실 때문에 회사 형식으로 등록돼 있다. 왕리핑 푸젠성 당교 교수는 “궁멍이 계속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진보”라며 “궁멍은 ‘견고한 벽에 던져지는 달걀’과 같은 존재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달걀이 된다면 꿈쩍도 않을 것 같던 벽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디구’와 ‘쭤싸’가 서비스를 중단해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구 관계자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사용자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을 올리려고 해 회사 차원에서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감한 시기이므로 서비스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거대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과 ‘넷이즈’도 21일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이들 포털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아들이 연루된 뇌물 사건에 대한 기사를 당국의 허가 없이 게재한 게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 고 있다. 두 포털은 몇 시간 뒤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나서야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앞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