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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가난한 예술가의 터전 ‘베이징 789 예술구’의 타락

등록 2009-07-24 19:32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예술거리 ‘798 예술구’의 한 대형 조형물 근처. 카페와 가게가 늘어선 골목길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예술거리 ‘798 예술구’의 한 대형 조형물 근처. 카페와 가게가 늘어선 골목길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작업실 고적함 사라지고 대형화랑·카페로 흥청
예술가들 임대료 폭등에 인근 차오창디로 옮겨
중국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창작 열정을 불태우던 ‘베이징판 소호’ 798 예술구가 대형 화랑과 카페가 흥청대는 관광지로 바뀌고 있다.

창고처럼 허름했던 작업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현대식 화려함이 번들거리는 식당과 찻집, 패션상품 가게들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24일 오전 798 예술구 정문을 들어서자 각종 전시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요란하게 붙어 있다. 거대한 조형물 근처엔 음료수를 파는 매장이 들어서 있고, 화려한 화랑 주변엔 커피나 음식을 파는 카페가 즐비하다. 한때 이곳을 휘감고 있던 작업실의 고적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798 예술구는 애초 1950년대 소련의 원조를 받아 건설된 6개의 무기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폐공장으로 변해버린 이곳에 2002년부터 중국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싸고 교통이 편리해 형편이 궁한 이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곳에선 농부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자전거에 싣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랑 운영자나 작품 수집상들의 대형 외제차가 수시로 드나든다. 이곳에서 작은 화랑을 운영하는 루정위안(27)은 “주변에 살던 농부들이 화랑에 땅을 빌려주고 모두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이곳을 중국 현대예술의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이곳은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만 50여만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요즘엔 미술 전시뿐 아니라, 각종 공연과 이벤트, 퍼포먼스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이런 성공은 이곳의 임대료를 폭등시켰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예술가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 근처 차오창디로 옮겨가고 있다. 더 가난한 이들은 베이징의 북쪽 변두리로 숨어든다.

사진작가인 왕닝더도 이곳에 있던 작업실을 차오창디로 옮길 계획이다. 그는 “798은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으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시끄럽고 번잡한 상가로 변했다”며 “798은 이제 화랑가일 뿐이지 예술가의 거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명성이 높은 화랑은 이제 798 예술구가 아니라 차오창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 파인 아트, 베이징 아트 나우, 상아트 등이 최근 이곳에 화랑을 열었다. 상아트의 베이징 매니저인 장원자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화랑을 찾기 바라지만, 그들이 예술에 관심이 있기를 더욱 바란다”고 말했다.

차오창디는 예전의 798 예술구를 연상시킨다. 대형 레스토랑도 없고, 현대식 공중화장실도 없다. 카페가 몇군데 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화랑에 들어가도 커피나 음료수를 파는 매장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화랑 주변에선 지금도 작은 공장들이 기계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글·사진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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