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후난성 사오산에 자리잡은 마오쩌둥의 생가를 찾은 젊은이들이 근처 광장에 있는 마오쩌둥 동상 앞에서 오성홍기를 흔들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오쩌둥 생가·징강산 등 관광 급증
건국 60주년 맞아 애국주의 분위기
건국 60주년 맞아 애국주의 분위기
“마오쩌둥 주석의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중국 후난성 사오산. 시내에 들어서니 거리를 오가는 버스마다 이곳이 마오쩌둥의 탄생지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에서 110여㎞ 떨어진 이곳은 몇십년 전만 해도 산으로 둘러싸인 궁벽한 시골이었지만, 지금은 공산혁명의 성지를 순례하는 이른바 ‘홍색관광’의 명소로 변모했다. 지난해에만 이곳 인구의 36배인 36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마오쩌둥의 생가 주변에는 전세버스 10여대가 진을 치고 있다. ‘인민의 위대한 수령’이 태어난 곳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차들이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상하이, 광저우, 청두란 대답이 튀어나온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에서 엄마 품에 안긴 젖먹이까지 나이와 성별도 각양각색이다. 사오산이공학원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마오쩌둥의 거대한 동상 앞에서 연신 오성홍기를 흔든다.
홍색관광은 올해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중국의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았지만, 홍색관광만은 여의주를 문 용처럼 승천했다. 마오쩌둥의 생가가 있는 사오산을 비롯해 공산당의 무장근거지였던 징강산, 대장정의 역사가 서린 준이와 옌안 등 이른바 8대 홍색관광지를 찾은 이들이 올 상반기에만 2739만명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32%나 늘어난 숫자다. 올해 전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4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색관광의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장시성의 징강산이다. 창사에서 추수봉기에 실패한 마오쩌둥이 공산잔당을 이끌고 숨어든 이 산골은 공산당의 험난했던 역정과 주변의 수려한 풍치가 어우러져 ‘학습’과 ‘관광’이 절묘하게 결합한 홍색관광의 대표주자다. 올 상반기에만 229만8500여명이 이곳을 찾았고, 최근엔 하루 입장권 판매량이 2000장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징강산 관광의 첫 순례지는 혁명역사박물관이다. 아침 8시에 문이 열리자마자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단체관광객이 줄지어 들어간다. 안에 들어서면 군복을 입은 안내원이 전시품을 소개하며 혹독한 고난을 이겨낸 혁명가들의 삶을 들려준다. 공산당이 썼다는 낡은 장총과 헤진 군복 앞에선 콩볶듯 카메라가 터진다. 선전 공안국에서 단체로 왔다는 한 젊은이는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며 “징강산의 투쟁정신은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색관광은 다음달 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마오쩌둥이 대장정 도중 회의를 열어 권력을 장악한 구이저우성의 준이와 대장정을 마친 공산당이 수도로 삼았던 산시성의 옌안에는 정부기관이나 국영기업에서 찾아온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준이회의가 열렸던 장소에는 하루 평균 2000여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옌안은 건국 60주년에 맞춰 5억위안(90억원)을 들여 새단장한 혁명기념관을 열 계획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홍색관광 열기를 부채질한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천안문) 사태 20주년을 앞둔 지난 5월부터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드높이는 ‘애국주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최근 사오산에 있는 마오쩌둥의 생가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베이징의 한 중학생은 “중국이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 순위에서 세계 1위를 하지 않았느냐”며 “중국은 거대하고, 중국인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징강산 사오산/글·사진 유강문 특파원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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