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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초고속성장의 재앙’ 중국 젖줄이 죽음의 호수로

등록 2011-01-25 19:50수정 2011-01-26 11:33

타이후 주변 곳곳에 설치된 녹조류와 오염물질을 모아 거둬들이는 시설 뒤쪽으로 대규모 공업단지가 보인다. 2007년 식수 공급 중단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오염방지 시설들을 설치하고 오염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오염원인 상당수의 화학공장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타이후 주변 곳곳에 설치된 녹조류와 오염물질을 모아 거둬들이는 시설 뒤쪽으로 대규모 공업단지가 보인다. 2007년 식수 공급 중단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오염방지 시설들을 설치하고 오염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오염원인 상당수의 화학공장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3대 담수호’ 하나인 타이후
주변 화학공장 오폐수로 중병
천문학적 예산 들여도 못살려
영세 공장들 타지로 옮겼으나
대규모 화학공단 그대로 남아
주민들 ‘대체 식수원 찾기’ 나서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③ 환경과의 싸움

타이후(太湖)

타이후(太湖)중국 동남부 장쑤성과 저장성의 경계에 위치한 호수. 약 2400㎢의 면적으로 포양호와 둥팅호에 이어 중국 3대 담수호다. 절경으로 유명했으나 상하이, 우시, 쑤저우 등 주변 도시들이 산업화되면서 급격히 오염됐다.


“어린 시절, 타이후의 물은 정말 맑았죠. 호숫가에서 친구들이랑 놀다 목이 마르면 호수 물도 실컷 마셨어요. 물고기도 많았고, 수영도 실컷 했어요.”

도자기 장인인 장웨이펑(34)의 기억 속에 간직된 천하절경 타이후는 죽었다. 그의 고향은 ‘중국 3대 담수호’ 타이후를 끼고 있는 장쑤성 이싱시 저우톄진이다. 1980년대까지 타이후는 마을 사람들에게 마실 물과 농업용수, 물고기와 새우를 끝없이 안겨주는 어머니 같은 호수였다.

1990년대 초부터 마을 곳곳에 화학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난한 농촌에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도 나아져 주민들이 처음에는 환영했다.” 얼마 뒤 타이후의 물이 검푸르게 변해가고 이상한 냄새가 나면서 사람들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공장들은 오폐수 처리도 안 하고 화학물질로 가득한 유독 폐수를 타이후로 흘려보냈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정부 건물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고 장웨이펑은 말한다. 경제성장에 바빴던 지방정부는 막대한 세수를 안겨주는 화학공장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07년 5월 타이후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스캔들의 무대가 됐다. 타이후에 의존해 식수를 공급받던 호수 북쪽 대도시 우시의 수도에서 빨래도 할 수 없을 만큼 검푸른 물이 악취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타이후의 질소, 인 수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았고 물은 녹조류로 푸르게 뒤덮였다. 우시는 열흘 넘게 주민 250만여명에 대한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생수를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주변 도시로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이후 타이후는 중국에서 ‘환경오염과의 전쟁’의 상징이 됐다. 2007년 사태 직후 중앙정부는 타이후 오염과 관련해 고위관리 5명을 처벌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두 차례 타이후를 방문해 오염 해결을 지휘했다. 2008년 6월 중국 정부는 타이후 유역에서 2000곳 이상의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타이후 유역 수질환경종합처리방안’을 비준해 10년 동안 1113억위안(약 19조1430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3년이 흘렀다. 지난 12월 중순 저우톄를 찾았다. 면적 2400㎢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타이후 곳곳에는 녹조류와 오염물질을 모으는 시설들이 설치돼 있고, 정부에 고용된 어부들이 계속 배를 타고 다니며 오염물질들을 건져내고 있었다. 2008년 여름에만 타이후에서 40만t의 녹조류를 제거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 3년 동안 창강 물 60억㎥를 타이후에 넣어 오염물질을 희석하는 작업도 계속됐다.

오염의 주범인 화학공장들의 폐쇄·이주는 계속 진행중이다. 2010년 초까지 타이후 유역에서 화학공장 216곳이 문을 닫고 306곳이 단계적으로 이주하기로 했으며, 506곳은 환경표준에 맞춰 시설을 개선했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문을 닫거나 옮겨간 곳은 대부분 영세기업들이고, 대형 공장들은 그대로 운영되거나 최근 새로 입주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대규모 화학공장 단지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역의 주요 세수원인 공장들을 한꺼번에 철수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다. 타이후 주변에서 여전히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공장들은 환경보호와 성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국의 현재를 상징한다.

중앙정부까지 나섰지만, 타이후는 살아나지 못했다. 저우톄진 인근 환경 관련 기업의 한 전문가는 “공장 철거와 창강 물 주입을 계속하지만, 타이후가 너무 광활해 바닥에 대량으로 쌓여 있는 오염물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조사에서, 타이후 물의 80% 이상은 여전히 수질이 최하 등급인 5등급에도 못 미친다. 15%는 5등급으로, 피부에 접촉하지 말아야 하고 농업용수로만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암이나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병이 많아졌다며, 유독한 화학물질로 오염된 식수를 마신 것과 관련이 있다고 걱정한다.

타이후는 중국의 30년 초고속 경제성장이 어떤 희생 위에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상처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을 중국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게 한 젖줄이었던 이 호수는 서서히 버림받고 있다. 타이후는 이 지역 300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해왔다. 이제 주변 도시들은 타이후가 다시 맑아지길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창강 물을 정수하거나 저수지 등 대체 식수원 마련에 열심이다. 민간 환경기구인 공중환경연구센터의 마쥔 소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오염이 해결된 것이 아니고,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주변 도시들이 식수원으로서 타이후를 포기하면, 오랫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야 하는 타이후 정화 노력이 중단되고 거대한 죽은 호수가 악취를 내며 남겨질 것으로 우려한다.

타이후에서 퇴출된 오염 기업들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더 낙후된, 환경기준이 느슨한 내륙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둥, 안후이 등 경제가 덜 발달한 성들은 정부 차원에서 이들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저우톄(장쑤성)/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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