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결탁한 국유기업 저항과
좌우파 이념갈등 고려해 결정
“농민 토지 권리 강화” 명시
호구제도 개혁은 언급 없어
내수 키울 신형 도시화도 모호
좌우파 이념갈등 고려해 결정
“농민 토지 권리 강화” 명시
호구제도 개혁은 언급 없어
내수 키울 신형 도시화도 모호
‘시장의 결정적 구실’과 ‘국유경제의 주도적 작용’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시진핑 체제에서 펼쳐질 중국 경제개혁의 새 청사진을 제시할 전환점으로 주목받은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의 결론은 이 모순되는 두 선언 사이에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2일 3중전회 폐막 뒤 발표한 5000여자 분량의 공보에서 “이번 경제체제 개혁의 핵심은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곤, “자원 분배에서 시장이 ‘결정적’ 구실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이 ‘기본적 역할’을 한다는 기존 노선에 비해 시장화 개혁을 한 단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중요한 정책적 변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국가의 간섭을 줄이고 민영기업의 구실을 강화해 중국 경제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국유기업이 에너지·통신·금융산업 등을 장악하고 자원을 독점해온 상황을 수술하는 개혁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중전회 공보’는 국유기업 개혁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유제의 주도적 지위를 굳게 유지하며, 국유경제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표현으로 국유기업의 구실 강화를 강조했다. 회의 개막 직전 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가 내놓은 ‘383 보고서’에서도 국유기업의 독점 규제 내용이 언급된 사실에 비춰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외견상 모순된 두 정책은 정치 엘리트와 결탁한 막강한 국유기업 세력 등 기득권집단(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중국 지도부의 타협의 산물로 보인다.
이번 3중전회를 앞두고 가장 막강한 기득권집단인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등은 현상 변화 움직임에 격하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가 기득권집단의 반대를 극복하고 얼마나 의미있는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3중전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여겨진 배경이다. 이에 더해 국가·국유기업을 강조하는 좌파와 시장을 강조하는 우파도 치열한 이념적 대립을 벌여왔다.
12일 발표 내용은 이런 복잡하고 첨예한 상황 속에서 시진핑-리커창 지도부가 좌우파 어느 한쪽 노선을 취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기보단, 타협과 균형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 국유기업 독점 분야에 민영기업과 외자기업 등의 투자와 진출을 일부 확대하고, 이자율과 위안화 환율의 점진적인 자유화 등 금융 분야의 시장화 개혁을 추진하겠지만, 국유기업의 지위, 경제·사회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통제력은 흔들리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민대학 정치학과 장밍 교수는 <비비시>(BBC) 중문판에 “대대적인 국유기업 개혁은 이미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세력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새 지도부가) 정권 안정을 보호하려고 잠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3중전회에서 결정된 개혁안의 전모는 다음달 경제공작회의 등에서 드러날 구체적 정책들을 통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13일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1.83% 급락한 것에는 시장의 실망감이 반영돼 있다.
국유기업 개혁과 함께 이번 회의의 가장 민감한 현안이었던 농촌·토지 개혁에 대해선, 3중전회 공보는 “농민에게 더 많은 재산권을 부여한다” “도시-농촌 간 공공자원을 균형 배분한다”고 명시해 농민의 토지에 대한 권리와 사회보장 강화 등을 원칙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농민 차별의 근본 원인인 후커우(호구·호적)제도 개혁이나, 리커창 총리가 중국이 내수 중심의 새로운 성장모델로 전환할 최대 동력으로 강조해온 신형 도시화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토지 소유권 개혁이 중국 농촌 사회의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민감한 주제이며, 지방정부의 기득권을 건드리게 되는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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