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개발되면서 집 잃은
우한시 주민들 농약 마셔
우한시 주민들 농약 마셔
집을 강제철거당한 지방 주민 10여명이 중국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집단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인민일보> 산하 <해외망> 등 중국 언론들은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주민 12명이 11일 오후 베이징 중심부의 천안문 광장 남쪽 첸먼 부근에서 각각 500㎖의 농약을 마시고 집단 자살을 시도했다”며 “이들은 음독 30여분 뒤 경찰에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여성 3명은 지방정부의 처벌을 우려해 이송된 병원을 뛰쳐나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들은 2010년 우한시가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합당한 보상없이 주거지를 강제철거하자 여러 차례 ‘상팡(상급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을 했다. 중앙·지방 정부 모두 외면하자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상경 전 우한시 정부에 “베이징에서 집단자살을 하겠으니 억울함을 다시 한번 살펴봐달라”며 ‘집단자살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음독을 시도한 왕이핑은 “지난달 8일에도 베이징에서 음독을 하려 했지만 베이징에 있는 우한시 당국자들한테 발견돼 실패했다”고 말했다.
농촌 출신인 이들은 여러 해 전 우한시로 이주해 소매상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는데 강제철거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에 사활을 걸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주스꾸이는 “60만여위안(1억원)을 들여 산 집인데, 철거 보상금은 30만위안에 그쳤다”며 “2010년부터 지금까지 생업을 포기하고 18차례나 베이징에 올라와 호소했다. 그러나 당국은 아무런 보상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지방정부의 상팡 탄압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방정부 관리들은 상팡 민원수가 많을수록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 걸 빌미로 ‘흑감옥’이라는 사설 감옥을 만들어 민원인을 불법 구금해 지탄을 받았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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