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 티브이> 남성이 중국 SNS에 글 올려
한국의 음력설은 중국의 춘절이다. 춘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진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남·녀가 서로를 양가에 데려가 소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국 여성들도 예비 시댁 첫 방문을 앞두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데, 이를 반영하듯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춘절 예비 시댁 방문 매뉴얼’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매뉴얼이 웨이보에 올라온 직후 댓글이 14만개 넘게 달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이 매뉴얼을 처음 올린 사람은 중국 <후난 티브이>에서 일하는 한 남성이다. 그는 남·녀 관계처럼 예비 시월드에서도 ‘밀당’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담았다. “너무 비싼 선물은 들고 가지 마라” “시댁 식구들에게 ‘결혼 승낙’을 간청하지 마라” 등 실없이 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도 “하지만 시댁 식구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러주는 식이다.
매뉴얼을 보면, 일단 예비 시댁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소파에 앉아도” 된다. 그러나 “예비 시댁 식구들한테서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주의깊게 행동해야” 한다. 설겆이 등 집안 일을 돕겠다고 너무 나서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매뉴얼에서는 “일단 돕겠다고 말하라. 하지만 시어른들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게 확실하다. 그러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좀 가만히 있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만일 너무 싹싹하게 굴면, 시댁 식구들은 이미 아들이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고, 예비 며느리를 덜 존중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예비 시댁에 평가받으러 간다고 가정하지 말라는 경고도 있다. 대신 스스로 예비 시댁을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비 시댁에 도박이나 가정폭력 성향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예비 신부의 방문 목표는 예비 시댁이 화목한 가정인지, 결혼하기에 적당한 가정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상당수 누리꾼들이 재미삼아 이 매뉴얼을 퍼나르고 있지만, 일부에선 조언이 틀렸다거나 해당사항이 없다고 비판한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화목하지 않은 가정은 결혼 대상이 아니라고? 처음 만났을 때 무언가를 숨기려 든다면(화목한 척한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일침을 놨다. 한 여성 이용자는 “우리 오빠는 내게,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그저 신중히 행동하면 된다고 대꾸했다.
이 매뉴얼 자체가 “쓸모없다”는 불평도 쏟아졌다. 한 미혼 여성은 “일단 나를 기꺼이 자기 집에 데려가줄 남자를 찾는 것이 먼저”라는 푸념을 늘어놨다. <비비시>는 “웨이보 이용자들은 ‘어떤 시댁이라도 (영원히) 시댁 식구가 없을 거라는 전망보다는 낫다’고 믿는다”고 품평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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