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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마오쩌둥 칼바람 비켜간
덩샤오핑의 ‘편지 반성문’

등록 2014-08-20 19:41수정 2014-08-20 21:54

<덩샤오핑전>
<덩샤오핑전>
덩샤오핑 탄생 22일 110주년

마오에 보낸 편지 전기에 공개
“잘못 인정하니 한번 만나달라”
문화혁명때 6년여간 복권 구애
변덕이 심하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았던 마오쩌둥 아래서 덩샤오핑을 구한 것은 끊임없는 ‘편지 구애’였다. 처절한 반성문에 가까운 덩샤오핑의 편지는 그를 숙청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린 동아줄이었다.

덩샤오핑 출생 110돌을 사흘 앞둔 19일 발간된 <덩샤오핑전>(사진)은 출생부터 집권 직전까지의 일대기를 다룬다. 8년의 작업 끝에 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이 펴낸 당국의 첫 공식 전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덩이 “내 일생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라고 일컬은 바 있는 문화혁명(1966~1976년) 시기 마오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실용주의자 덩은 마오가 벌인 유토피아적 극좌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혁명 시기 류사오치 전 주석과 함께 ‘자본주의파의 검은 두목’으로 몰려 실각한다. 마오는 문화혁명 초기인 1966년 10월 중앙공작회의에서 덩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저 친구는 귀가 먹었는지 도무지 말을 듣질 않는다. 회의 내내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날 피하려 해. 최근 6년 동안 나를 찾은 적이 없어.”

장시성 난창의 한 트랙터 공장으로 하방된 덩은 이후 자신의 복권을 위해 마오에게 줄기차게 편지를 보낸다. 덩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정세에 촉각을 세웠고, 맹렬히 편지를 쓰곤 했다”고 회고한다. 1967년 4월 편지에서 덩은 “내내 주석님을 뵙고 싶었지만 반동분자로 몰린 제가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제 잘못을 인정하오니 부디 만나 뵙고 지시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썼다. 마오의 비서인 왕둥싱에게도 여러차례 “제발 당적 제명만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1969년과 1972년 편지는 복권을 향한 덩의 절박한 심경을 여실히 드러낸다. “노동자, 농민, 군인에게 배우라는 마오쩌둥 사상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마오쩌둥 사상으로 제 세계관을 완전히 개조했습니다.”(1969년 10월) “제 가장 큰 잘못은 마오쩌둥 사상이란 위대한 붉은 깃발을 높이 쳐들지 않은 것입니다. 비록 67살이지만 기술을 익혀 당과 인민을 위해 7~8년은 더 일하고 과오를 씻을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1972년 8월)

마오는 덩의 편지를 챙겨 읽었고, 결국 1972년 8월14일 “덩 동지의 잘못은 엄중하지만 류사오치와는 다르다”며 그를 복권시킨다. <덩샤오핑전>은 “실권 뒤 덩은 마오쩌둥에게 낮게 처신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편지를 보내며 연락의 끈을 유지했다. 이게 그가 복권한 중요한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1973년 3월29일, 드디어 덩은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마오를 만난다. ‘그간 어찌 지냈는가’라는 마오의 물음에 덩은 짧게 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여 뒤 권력을 장악한 덩은 마오의 극좌노선과는 다른 개혁개방 노선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설계한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덩샤오핑 탄생 110돌 좌담회에 참석해 “덩샤오핑 동지는 조국 혁명과 건설, 개혁에서 탁월한 공헌을 했다. 그가 남긴 사회주의 현대화 계획은 한발짝씩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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