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홍콩 경찰이 행정장관 선거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려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다. 이날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려고 나서면서 시위대와 충돌을 빚었다. 홍콩/AP 연합뉴스
경찰들 시위대쪽 바리케이드 철거
흉기 든 선글라스 괴한들도 가담
시위대 “경찰이 폭력조직 행위 방관”
흉기 든 선글라스 괴한들도 가담
시위대 “경찰이 폭력조직 행위 방관”
홍콩 경찰이 13일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설치해둔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 반대자들이 임의로 철거 작업에 나서 시위대와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이 폭력조직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경찰은 도심 점거 시위 16일째인 이날 새벽 5시부터 “교통체증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시위의 중심인 센트럴의 홍콩 특구 정부청사 앞을 제외한 주변부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홍콩 매체들은 “경찰이 최루가스통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 쪽은 “교통로를 트는 작업일 뿐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는 별도로 괴한들이 자체적으로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서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빚어졌다. 정오 무렵 수십~수백명의 시위 반대자들은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채 센트럴 부근의 퀸스웨이와 코튼 트리 거리 등에 나타나 바리케이드 해체 작업을 벌였다. 일부 트럭 운전자들과 택시 운전기사들도 동참해 경적을 울리거나 차량을 동원해 시위 참가자들의 천막을 강제로 부쉈다. 이들은 “길을 열어라”, “시위대가 우리의 생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시위대와 멱살잡이를 벌이며 충돌했다. 현장을 찍은 사진 속에서 괴한들 일부는 손에 날카로운 흉기를 들고 있었다. 일부 시위 반대자들은 시위대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홍콩 일간지인 <핑궈일보> 건물을 에워싸 신문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가 허물어지는 걸 막으려 대나무 장대로 빗장을 걸거나 끈으로 묶었다. 시위대는 “사실상 경찰이 흑사회(폭력배)와 공조해 바리케이드 철거작업을 하고 있고, 이들의 폭력행위를 방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홍콩 경찰 쪽은 이날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오늘 폭력 시위자 3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공격용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 3~4일 몽콕을 포함해 홍콩 도심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시위 반대세력의 충돌 사건을 조사한 결과 “중국계 폭력 조직인 삼합회 조직원 200여명이 시위 찬반 세력 양쪽에 모두 침투해 폭력 시위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14일 오후까지 정부청사 동쪽에 있는 “공민광장을 개방하면 애드미럴티 지역에서 이동하겠다”는 시위대의 요구에 대해 “공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중국 광저우를 방문하고 있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대와 충돌을 원하지 않으며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겠다. 하지만 속히 홍콩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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