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홍콩 경찰관들이 애드미럴티의 정부청사 북쪽 터널 도로인 룽워 거리에서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있다. 경찰들은 시위대에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 홍콩/AP 연합뉴스
사복경찰 6명 시민 수갑채운 채 집단폭행
공원서 폭행장면 TV 방영
시민 “갱단 같다” 분노 고조
경찰, 시위대 45
공원서 폭행장면 TV 방영
시민 “갱단 같다” 분노 고조
경찰, 시위대 45
홍콩 경찰이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시민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18일째를 맞은 홍콩 도심 점거 시위가 다시 긴장 국면을 맞고 있다.
홍콩 텔레비전 방송인 <티브이비>(TVB)는 15일 뉴스에서 사복경찰들이 수갑을 채운 시민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 화면에는 사복경찰 6명이 뒤로 수갑을 채운 한 남성 시위자를 타마르 공원 구석으로 끌고 가 꿇어앉힌 뒤 마구 걷어차고 주먹으로 내려치는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가운데 2명의 경찰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폭행 장면이 시민들의 눈에 띌까봐 망을 보기도 한다. 경찰로부터 폭행당한 시민은 공민당 당원인 켄 창으로 밝혀졌다. 켄 창은 시위 도중 경찰을 향해 병에 든 액체를 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들은 타박상을 입은 켄 창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홍콩의 국회 격인 입법회 야당 의원들과 시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앨런 렁 공민당 당수를 비롯한 22명의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켄 창을 집단 폭행한 6명의 사복경찰들의 범죄행위를 즉시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 홍콩지부의 메이벨 아우 사무국장은 “이미 수갑을 찬 시민을 폭행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즉각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15일 아침 일어난 사복경찰의 과도한 진압 사건에 관해 우려를 표시한다”며 “경찰은 즉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시위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달 28일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한 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분노하며 대거 시위에 참여한 바 있다. 한 시민은 “어떻게 시민을 구석에 몰아 때릴 수 있느냐. 경찰 아니라 갱단 같다”고 말했다.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홍콩 경찰의 진압 방식은 날로 강경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정부청사 북쪽 룽워 거리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최루액을 사용했다. 홍콩 방송 화면에는 경찰이 한 여성 시위자를 당겨 넘어뜨리거나, 시위대가 들고 있는 우산을 거칠게 빼앗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불법건축물 설치 혐의 등으로 4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고위층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위대와)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국이 2003년 홍콩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렸던 기본법 23조 제정이나 2012년 친중국 애국교육 도입에 실패한 것을 예로 들며 “중국 당국은 이미 두번이나 홍콩에 양보했다고 보는데다, 이번 시위 사태는 주권과 직결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군을 동원해 무력진압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는 이날 “한국은 1960년부터 1987년까지 자유를 억압한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전태일 열사 등이 민주화운동을 벌였다”고 소개한 뒤 노회찬 전 의원과 신형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조정실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신문은 “두 사람이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다. 홍콩 학생과 시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오래 싸울 대비를 해야 한다’고 권했다”며 이번 시위와 한국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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