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정무사장-대학생 대표
민주주의 주제로 치열한 토론
“홍콩 사회 성숙도 반영” 평가
민주주의 주제로 치열한 토론
“홍콩 사회 성숙도 반영” 평가
21일 홍콩 정부 당국자와 시위를 이끄는 대학생 대표들 간의 첫 대화는 이견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서로 소통하려는 자세는 홍콩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캐리 람 정무사장을 대표로 한 홍콩 고위 당국자들과 알렉스 초우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 비서장 등 대학생 대표 10명은 21일 홍콩 의학아카데미에서 처음 마주 앉았다. ‘지금 자유를’이라고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고 나선 20대 초반의 학생 대표들은 부모뻘 되는 홍콩 수뇌부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홍콩 주요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생중계 됐고, 현장엔 10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렸다. 도심인 센트럴과 몽콕에서 점령 시위를 벌이는 1500여명의 시위대들도 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이목을 집중했다.
공개 토론은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아무도 서로의 말을 도중에 자르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상대를 힐난하는 장면도 없었다. 학생 대표들은 “홍콩 기본법(헌법에 해당)엔 민주주의 추구라는 기본 정신이 있다. 법은 시민을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람 정무사장은 “중국 국무원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에 지금의 홍콩 분위기를 전달하겠다. 2017년 선거가 끝이 아니지 않느냐. 2022년엔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설득했다.
2시간에 걸친 공개 토론에서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홍콩 정부가 친중국 인사로 출마자를 제한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 쪽은 “전인대 결정은 바꿀 수 없으며 100만명의 시민이 이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기도 했다”고 맞섰다. 학생들은 대화 뒤 도심 점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본토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자유토론이 벌어지고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광경”이라며 “이런 자유 토론은 중국서 1989년 천안문 시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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