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홍콩 시내에서 500~1000 홍콩달러 지폐들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다. 사진 명보 캡처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홍콩 시내에 눈 대신 돈 벼락이 내렸다. 이날 오후 1시께 홍콩 시내 완차이 지역에서 뒷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채 운행하던 현금 수송 차량에서 현금 상자가 도로변에 떨어졌다. 완차이 지역은 차기 홍콩 행정장관 완전 자유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70여일 동안 ‘우산 혁명’을 벌였던 곳이다.
떨어진 현금 상자에서 나온 500~1000 홍콩달러 지폐들은 눈처럼 흩날리며 도로를 뒤덮었다. 이를 본 운전자들과 행인들은 돈 다발을 주으려 몰려들어 일대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일부 사람들은 현금 뭉치를 벽돌처럼 묶어 가져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성탄절 횡재”라고 글을 올렸다.
홍콩 경찰당국은 “현금 수송 차량에서 쏟아져 나온 지폐가 1532만 홍콩달러(21억77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무장 경찰을 출동시키는 소동 끝에 현장을 정리했다. 당국은 “현금 수송 차량에서 나온 현금을 주워 쓰는 사람은 절도 혐의가 적용돼 최고 10년 형을 받을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돈을 돌려 줄 것을 권고했다. 현금을 수송한 영국 보안업체 G4S 쪽은 “경찰이 사건 경위를 알려준 뒤에야 차량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며 “관련자들을 불러 사고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24일 밤까지 13명의 시민들이 360여만 홍콩달러 가량을 자발적으로 경찰에 돌려줬지만 여전히 1160만 달러는 회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사진 홍콩 <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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