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국방정책 주변국에 근심거리”
일본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중단해야”
일본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중단해야”
중국과 일본 외무장관이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역사 인식과 해상 영유권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미국 등의 이견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은 7일 “왕이 외교부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1시간 남짓 회담했다”며 “왕 부장은 ‘일본이 잔꾀를 써서 (역사 문제라는) 고비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성실하게 책임지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다. 일본은 평화를 추구하고 소중히 여겨야지 과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일 관계에 관해 “(일본은) 중국과 협조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사사건건 대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아베 담화에 2차 대전 당시 일제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관한 반성과 사죄가 제대로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에 항의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동중국해 가스전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한 것으로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 작업에 관해서도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태도를 지지하며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왕 부장은 “일본은 이 문제를 실사구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9월 중국 방문설에 관해서도 선을 그었다. 왕 부장은 “아베 총리의 방중 문제는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아베 총리 9월 방중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왕 부장은 회담 뒤 중국 기자들에게 “전세계가 2차대전 종전 70년을 맞는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며 “일본의 국방정책은 주변 나라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융성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환구시보>에 “중-일 외무장관 회견 내용으로 보면, 양국 관계에 도전과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다만, 어쨌든 외무장관 회동이 성사됨으로써 일정부분은 여지를 남겨 뒀다”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의장 성명’이 지연됐다. 앞서 4일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무장관 회의도 남중국해 관련 문구를 놓고 진통을 겪다가 6일 저녁에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입장도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북한은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전후로,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유럽연합(EU) 등과 양자 외무장관 회담을 했다. 그러나 북-중 양자회담이 열렸는지 여부는 7일 오후까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베이징 쿠알라룸푸르/성연철 특파원, 김외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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