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일부 섬의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국제중재 판결이 오는 12일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중국이 이번 재판을 시작한 필리핀의 새 정부를 상대로 회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4일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해양 공동연구 및 개발과 관련해 수년간 중단됐던 필리핀과의 양자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필리핀이 오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내리게 될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 전제다. 한 소식통은 “필리핀은 중재 결과를 실질적 방식으로 무시해야 한다”고 말해, 중국 쪽이 필리핀의 구체적 행동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중국을 이 재판소에 제소한 장본인이다.
중국이 필리핀을 상대로 ‘직거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20여년 만에 미군이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던 전임자 베니뇨 아키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지난달 30일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신임 필리핀 대통령이 꽤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를 만나 “우리와 함께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공격을 받을 때만 함께다”라고 대답했다며, 미국에만 기댈 게 아니라 중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중국 쪽은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5일부터 재판소 판결 하루 전인 11일까지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일대에 일반 선박의 출입을 금지시킨 채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환구시보>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이는 중국이 중재재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중국 군대가 남중국해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결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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