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네피도/AFP 연합뉴스
미얀마 새정부 출범뒤 첫 방중
중국 리커창 총리가 카운터파트로
미-중 균형외교 실현할지 주목
중국 리커창 총리가 카운터파트로
미-중 균형외교 실현할지 주목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71)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 취임 뒤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얀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중국을 방문한 수치 자문역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의 상대로 리커창 총리를 내세웠다. 중국 외교부는 “국가자문역은 모든 국가기관의 직위 가운데 대통령에 이은 두번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치 자문역의 ‘첫 국외 방문지’였던 라오스는 그가 외무장관으로서 올해 아세안 의장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것일 뿐이고, 국가자문역으로서의 첫 방문국은 중국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애초 수치 자문역에게는 ‘억압의 배후’였다. 1988년 민주화 운동 뒤 그가 15년가량의 가택연금 생활을 하는 동안, 중국은 그 시기 미얀마에서 집권했던 군사정권의 뒷배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군 출신이면서도 ‘민주화의 가교’를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테인 세인 대통령이 2011년 취임한 이후, 미얀마는 중국과의 관계가 조금씩 멀어졌다. ‘민주화 약속’을 이행하면서 서방의 제재가 완화되고, 미국과의 관계도 정상화시킨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결국 지난해 수치 자문역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선거 승리로 지난 3월 출범한 새 정부는 ‘멀어진 중국’이란 유산을 물려받았다.
중국은 수치 자문역의 방중이 새로운 전기가 돼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쑹칭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은 관영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수치의 방중은 중-미얀마 관계에 신선한 기회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국의 미얀마 인프라 투자, 수력발전 협력, 인적 교류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미얀마는 수치 자문역이 대중국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며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실현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천연가스, 목재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미얀마는 중국의 인도양 접근에서 핵심적 전략 요충지이기도 한 탓에, 자칫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립을 지켰다.
수치 자문역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는 테인 세인 대통령 시기 중단된 미얀마 이리와디강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와 중-미얀마 접경지역 소수민족 무장반군과의 평화협정 문제 등이 꼽힌다. 수치 자문역은 닷새 동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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