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항저우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개막식에 프랑수아 올랑드(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항저우/EPA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 항저우에 모여든 각국 지도자들은 본회의 외에도 별도 정상회의를 활발히 이어가며 시리아 내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주요 국제현안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주최국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대접으로 중-러 관계를 과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4일 개막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악수를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걸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 속에 홀대를 받았다고 평가된 지난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는 판이한 분위기였다. 푸틴 대통령이 개막 전 단체사진 촬영에서 첫줄 중앙부에 자리를 배치받은 것도, 2014년 회의에서 맨 끝에 섰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번 회의에선 오히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홀대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부쩍 신경쓰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왔다. 중국 고위 외교관은 최근 언론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제1 손님'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처음으로 참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눈길을 끌었다. 개막 행사에서 빨간색 정장을 입었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재검토 가능성과 관련해, “재투표는 없다”며 유럽연합(EU) 탈퇴 추진 방침에 못을 박았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연합 주민에 대한 이민정책을 급진적으로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하는 등 일본과 미국 같은 투자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4, 5일 각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다. 미-러 정상이 5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휴전 협상은 이번에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진 못했다.
항저우/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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