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외국 기업을 사들이거나 합병하는 국외 인수·합병 규모가 올해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1~9월 중국의 국외 인수·합병 규모는 1739억달러(약 19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급증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6일 금융 정보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건수로는 601건으로 지난해보다 160건 늘었다. 2008년 이후 1~9월 기준 국외 인수·합병은 미국이 꾸준히 수위를 지켜왔으나, 올해 들어 처음 중국이 앞선 것이다. 중국화공(켐차이나)의 스위스 농생물공학기업 신젠타 인수 건이 467억달러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인수·합병 계획이 모두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중국이 추진한 인수·합병안 가운데 42건(358억달러 규모)이 국가 안보와 토지소유권 및 특정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취소 및 거절되거나 시효가 만료됐다. 언스트앤영(EY) 아태 금융부문의 케이스 퍼그슨 선임파트너는 “외국의 규제 당국은 국익을 보호하는 데 민감하다. 중국의 대규모 국외 투자가 계속될수록 이런 일을 계속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 분야는 무산된 금액과 건수가 각각 101억달러, 10건으로 비율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중국 즈광의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 웨스턴디지털 인수안(38억달러)과 중국 화룬·칭신화촹의 미국 반도체기업 페어차일드 인수안(25억달러)이 규모가 가장 컸다. 이들 미국 기업들은 미 재무부 주도로 인수 기업의 안보 위협 여부 등을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층 심의를 받았으며, ‘규제상의 우려’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며 인수 협의를 중단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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