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적색수배는 내가 공개할 자신들의 범죄를 두려워하는 부패 관료들의 자살행위다.”
부패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인과, 그를 쫓는 중국 당국 간의 폭로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투자회사인 정취안홀딩스의 궈원구이 회장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인터폴이 이미 적색수배를 했다”고 밝힌 19일, 미국에 머물고 있는 궈 회장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중국 핵심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하고 나섰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거물인 궈 회장은 푸정화 공안부 상무부부장이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조카딸이 하이난항공에 근무하고 있으니, 왕 서기와 최근 들어 급성장한 이 기업의 관계를 살펴보라’는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왕 서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이지만, 푸 부부장은 “시 주석을 대신해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푸 부부장이 가족 및 직원들, 재산을 보호해줄 테니 5000만달러(약 568억원)를 달라고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폭로’는 순탄치 않았다. 궈 회장의 인터뷰는 3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앞서 ‘핵폭탄급 폭로’라며 거창한 예고를 한 <미국의소리>는 “중국 관리들이 소속 기자들을 통해 우려를 전하며 인터뷰 취소를 요구했다”면서 1시간만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편집 뒤 향후 보도’하기로 했다. 궈 회장은 트위터에서 “<미국의소리>가 각 방면의 압력 탓에 생방송을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당국이 궈 회장의 인터뷰를 앞두고 그의 신뢰도를 허물려고 대대적 여론전을 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인 18일 홍콩 매체들 사이에선 그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 됐다는 정보가 퍼졌고, 중국 외교부는 이를 곧장 확인했다. 인터뷰 1시간 전에는 중국 매체가 ‘궈원구이 비사’라는 제목을 단 장문의 탐사보도로 궈 회장의 과거를 집중 조명했다. 그 내용 중에는 궈 회장한테 뇌물을 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된 마젠 전 공안부 부부장의 인터뷰 동영상도 있다. 그러나 수감된 그의 자백 동영상이 자막과 함께 외부에 흘러나온 경위는 불분명하다.
궈 회장은 2015년 초 마 전 부부장이 낙마한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 항간에는 올 가을 당대회와 지도부 교체를 앞둔 중국에서 궈 회장 사건이 지도부 내 권력투쟁과 얽혀 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앞서 두 차례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과 인터뷰를 한 궈 회장이 이번에는 미국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의소리>와 인터뷰한 배경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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