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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만,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인권 큰 걸음”

등록 2017-05-24 20:20수정 2017-05-25 08:25

대법 “결혼자유 보장 헌법 위배
동성결혼 금지 민법 개정” 판결
법원밖 성소수자들 눈물…환호…
인권운동 치자웨이 30년투쟁 결실
“기뻐서 새처럼 뛰고 있다”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을 위헌으로 결정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24일 타이베이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해온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을 위헌으로 결정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24일 타이베이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해온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다.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대법원)은 24일 대법관 심리를 통해 동성 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 내리고, 2년 안에 법률 제정 또는 개정으로 동성 결혼을 보장하도록 요구했다고 <중앙통신사>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심리에 참가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동성인 두 사람이 친밀함과 배타성을 동반한 영구적 결합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민법이, 결혼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2조와 ‘인민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7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2년 안에 적절한 조처가 완성되지 않더라도, 동성 부부가 곧바로 혼인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오후 4시 ‘헌법 해석 결과’ 발표를 앞두고 사법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자 수백명은, 합법화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자유시보>는 “인권의 큰 한 걸음”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치자웨이(59)의 끈질긴 노력이 마침내 얻어낸 결실로도 관심을 모았다. 치는 1986년 타이베이 지방법원에 동성 결혼 공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을 시작으로 30여년 동안 무수한 청원과 민사소송, 행정소송 등을 포함해 행정, 입법, 사법 수단을 넘나들며 동성 결혼 합법화를 호소해왔다. 성소수자 관련 시위에선 늘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고, 에이즈 예방 모금 등 분야에서도 그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이번 사법부 결정도 2013년 치가 결혼 등기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하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한 뒤, 대만 민법이 “동성의 2명은 법률상 혼인 관계를 이룰 수 없다”(4편 친속 제2장)고 한 것이 위헌 요소가 있다며 대법관 헌법해석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치는 이날 언론에 “기뻐서 환호작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자녀를 낳고 길러야 할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은 없고 이성애 부부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되는 것이 아닌 만큼, 동성 커플이 자녀를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 일각에서 이번 결정 탓에 민법상의 ‘부부’, ‘부모’ 같은 용어를 ‘배우자’, ‘집안어른’으로 바꿔야 하는 등 ‘전통 파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재판부는 ‘아빠’, ‘엄마’, ‘사촌언니’, ‘고모’ 같은 호칭은 민법상 용어가 아님에도 혼란 없이 쓰이는 데서 보듯 ‘과도한 우려’라고 봤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동성 결혼 허용을 주장해온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주 집권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지지자들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조속한 후속조처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보수층에선 격렬한 반대 움직임도 있었다. 사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횃불선봉봉사협회’ 등 10여명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은 연일 사법원 앞에서 북을 치며 “동성 결혼이 허용되면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신문망>이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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