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가량 국경 지역에서 대치를 이어온 중국과 인도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인도에 ‘패권주의' 딱지를 붙이고, 인도는 중국이 ‘전략 균형’을 파괴한다며 설전을 계속하고 있다.
양쪽의 입장은 팽팽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과 부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둥랑(인도명 도카라, 부탄명 도클람) 지역에 무단 침입했다면서 인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같은달 17일 촬영한
인도군의 무단 침입 장면이라며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인도는 부탄의 동맹국으로서 필요한 조처를 취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맞서 중국도 병력을 증강시키면서 양쪽 각각 3000명씩이 국경지대에서 대치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부탄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 지역 국경을 따라 건설하는 도로가 1998년 중국-부탄 사이에 맺은 평화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현상 변경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4천㎞에 이르는 중-인 국경 중에서도 특히 이 지역은 인도 북동부의 ‘목줄'이 될 수 있어 인도의 반응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부탄, 인도(시킴주) 3개국이 마주하는 이 지역까지 중국의 도로가 이어진다면, 여차하면 중국이 실리구리 회랑을 점령해 인도 본토로부터 북동부를 고립시킬 수 있게 돼 전략 균형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부탄도 불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회랑은 너비가 채 20㎞도 되지 않는 구간도 있어 ‘닭의 목'(치킨 넥)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인 국경의 다른 지역과 달리 인도가 해발고도가 더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중국이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1890년 청나라가 영국과 맺은 인도-티베트 지역 국경 합의에 따라 둥랑은 중국의 영토이며, 인도가 부탄을 이용해 무단 침입하면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환구시보>는 6일 ‘시킴을 합병하고 부탄을 압박하는 인도의 패권은 종결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도가 주변 작은 나라를 압박해 다른 나라와 국교도 못 맺게 한 채 조종하거나 심지어 합병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03년 시킴의 인도 합병을 승인한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곧 분리주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최근 중국 외교부가 매일 오후 진행하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대결 양상이 연일 표출된다.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이 접경 지역 대치 상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으면 대변인은 인도를 비난하면서 군 철수를 요구하고, 인도 기자들이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 질문하면 대변인이 다시 입장을 밝히는 형태다. 이번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독일 방문 등 정상 외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중국 외교부 누리집에 올라온 대변인 문답을 보면 5일엔 11개 질문 가운데 7개가 인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양쪽이 무력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자칫 1962년 중-인 국경분쟁 같은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분쟁은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가 중국의 우세 속에서 양쪽 모두 확전을 꺼려 한달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국경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때와 달리 핵보유국이 된 두 나라가 전면적 충돌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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