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에서 사상 첫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중국-러시아 해군이 도상훈련을 한 데 이어 25일 본격 해상훈련을 실시한다. 23일 세계 최대 규모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호를 취역시킨 미국 등과의 해군력 경쟁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중-러 해군 지휘관들이 23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발티스크 해군기지에서 도상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 <해방군보>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러 시간 진행된 훈련에서 러시아군 지휘부가 연합 지휘부 설치 상황을 설명한 뒤, 양쪽이 전투 편성에 따라 조를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중국 구축함 함대의 부함대장인 왕샤오융은 “훈련의 목적의 하나는 훈련 순서와 항목에 대한 각급 지휘관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러 지휘관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해군의 ‘해상연합 2017' 훈련은 중국 군함들이 발티스크항에 도착한 이튿날인 22일 막을 올렸으며 28일까지 진행된다. 알렉산드르 페도텐코프 러시아 해군 참모차장은 “2012년 이래 연합훈련이 전문성과 포괄성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러는 9월 중순에는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중-러 해군은 2012년 황해(서해)에서 함께 훈련한 이래 해마다 연합훈련을 했는데 발트해를 무대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해군으로서는 유럽에서의 훈련 자체가 처음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중-러 해군의 훈련은 시작 때부터 서구 나라들이 면밀히 관찰해왔으며, 올해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선박들이 중국 함대의 발트해 진입을 추적했다”고 보도했다.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맞서곤 하는 서구권은 달갑지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공개적으로 중-러에 투명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은 해상무역 규모를 볼 때 세계 여러 해역에서 작전 역량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벌이는 남해함대 소속의 052D형 미사일구축함 창사, 054A형 미사일호위함 윈청, 903A형 보급함 뤄마후 등 최신형 전투함들을 보냈다. 이 함정들은 지난달 18일 하이난성 싼야를 출발해 아덴만~수에즈운하~지중해~영국해협을 거치며 1만6000㎞가량을 항해했다. 지중해에서는 실탄 사격 훈련도 했다. 러시아 쪽도 최신형 코르벳함 등 10여척을 배치하고, 전투기·헬리콥터·전폭기도 참가시켰다.
중-러는 줄곧 “어떤 제3국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중국이 급성장하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근육 자랑을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해군 군사학술연구소의 리제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최신형 미사일구축함을 보냄으로써, 중국은 러시아에 우호를 전하는 동시에 중국을 상대로 도발할 수 있는 다른 나라에 강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은 첫 항공모함 랴오닝에 이어 지난 4월 독자 기술로 제작한 새 항모를 진수시켰으며, 4척이 추가로 건조중이다. 중국 해군이 항모 6척을 갖춘다면 이를 능가하는 것은 미국(11척)뿐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2030년이면 중국 해군 함정 수가 500척으로 미국(350척)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해군력 강화에 힘을 쏟지만 아직 미국을 대적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한 양적 증가가 연합훈련 등을 통한 질적 향상과 맞물린다면,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강조해온 강력한 원양 해군 건설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처럼 세계 어디든 항모를 보내 무력시위에 나서는 게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 <스푸트니크>는 중국이 대서양에 원양 함대와 핵잠수함을 보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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