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번화가 싼리툰에서 '여자친구 공유'라는 이름으로 섹스인형 대여 서비스를 개시한 업체가 홍보 행사를 하고 있다. 바이두 갈무리
‘여자친구 공유’라는 표어를 내걸고 실리콘 섹스인형 대여 서비스를 제공했던 중국의 업체가 출시 나흘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터치’라는 이름의 성인용품 판매 앱을 운영하면서 최근 온라인 섹스인형 대여업을 시작했던 샤먼하이바오정보기술은 18일 성명을 내어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성명은 “여자친구 공유 서비스가 최근 사회에 가져온 좋지않은 영향과 관련해 우리는 깊이 사과한다”며 “이미 보증금을 납부한 이용자에겐 보증금 및 비용 전액과 위약금으로 비용 2배의 배상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19일 현재 터치 앱에선 각종 성인용품 구매가 여전히 가능하지만, ‘여자친구 공유’ 메뉴는 사라진 상태다.
지난 14일 출시 때 이 업체는 베이징 중심가인 싼리툰에서 교복, 간호사, 체육복, 가사도우미 그리고 ‘원더우먼’ 등 5가지 스타일의 인형을 거리에 전시하며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열었다. 인형은 ‘터치’ 가격 기준 7900~8500위안(136만~146만원)으로, 이용자들은 8000위안의 보증금을 내고 하루 298위안의 대여료를 내고 빌리는 방식이었다. 우선 베이징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중국 성인용품 판매 앱 ‘터치’의 섹스인형 대여 서비스 홍보 사진. 웨이보 갈무리
그러나 서비스 등장 직후부터 위생과 합법성 등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격론이 벌어졌다. 싼리툰 홍보 행사 관계자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전시 인형들의 철수 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업체의 성명엔 “관련부문의 통지를 받고 조사에 적극 임했으며 처벌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조사에서 인형들이 “저속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은 “섹스 자체는 저속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자친구 공유’ 서비스는, 몇해 전부터 전세계를 휩쓴 ‘공유 경제’ 개념이 중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성행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막대한 인구가 뒷받침하는 시장과 모바일 결제 활성화 등 기술 환경은 공유 경제를 위한 최적의 여건이라는 평가도 많다. 올여름엔 우산, 러닝머신, 고급자동차 등이 ‘공유’ 서비스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국가정보센터는 지난 3월 중국의 ‘공유 경제’ 규모가 지난해 3조4500억위안(약592조원), 이용자 수는 6억명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해마다 4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의 ‘공유 경제’는 개별 이용자들이 자신이 쓰지 않는 동안 다른 이들에게 빌려준다는 원래의 개념과 달리, 실제로는 대규모 대여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중국 전역에서 성행하는 공유자전거는 오포, 모바이크 등 업체들이 대량의 자전거를 곳곳에 풀어놓고 이용자들이 대여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차량 예약서비스 업체 디디추싱도 고급승용차 서비스는 업체가 차량을 대여하고 기사를 고용해서 운영한다.
정보기술 분야 온라인매체 <테크노드>는 ‘공유’라는 표현이 시장 규모를 크게 보이도록 하는 착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고의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상하이의 택시는 6만대 수준이고, 렌터카업체 보유 차량은 전국으로 봐도 3만대에 지나지 않지만, 상하이 시내 전체 차량 대수인 130만대를 제시하며 ‘공유가 가능하다’고 하면 차량 예약서비스의 시장 규모와 기업 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정보기술 분야가 용어의 유행에 민감한 현실도 한몫 한다는 평가도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가 유행하면서, 실제 개념과는 무관하게 무리한 ‘스마트’ 제품들이 범람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섹스인형 대여 서비스 중단은 한달 뒤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둔 중국이 여론 동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업체는 성명에서 사회 여론에 대한 악영향을 사과하면서, “특히 중대한 회의 기간에 인터넷 여론에 가져온 영향”을 언급했다. 최고 지도부의 교체가 이뤄지는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서는 우회서비스(VPN) 차단 등 여론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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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내에선 '공유 자전거' 서비스 업체들의 자전거가 길거리에 주차된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