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원조를 받던 중국이 이제 세계 최대 원조국인 미국에 필적하는 원조를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에이드데이터 연구소와 하버드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연구팀이 11일 낸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00~2014년 140개국에 3544억달러(약 402조원)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외 지원 규모는 3964억달러(약 450조원)였다. 브래드 파크스 에이드데이터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광의의 원조 분야에서 라이벌이 됐다는 건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지원 형태는 차이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분대로 공적 원조를 공적개발원조(ODA)와 기타공적자금(OOF)으로 나눌 때 미국은 무상원조가 25% 이상 차지하는 공적개발원조가 93%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은 공적개발원조는 23%였고, 대부분은 무상원조 비중이 25% 미만인 기타공적자금이었다. 기타공적자금은 수출신용, 보조금, 투자자금 등 상업적 목적이 강한 원조를 포함한다. 파크스 수석연구원은 “기타공적자금 비율이 높다는 것은 중국의 대외 원조가 상업적 목적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기간 중국의 원조 프로젝트 4368건 가운데 상위 5위에 든 공적개발원조 프로젝트는 1건뿐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2건은 중국개발은행이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에 빌려준 340억달러 규모의 기타공적자금 대출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원조는 359억달러에 이르렀다.
다만 중국의 원조도 수혜국의 경제 발전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드데이터 자료에선 중국의 원조가 제공된 지 2년이 지나면 수혜국 국내총생산(GDP)에 증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국은 2000년 아프리카 국가들에 100억위안(약 1조7천억원)의 부채 탕감을 약속하고, 지난해에도 모잠비크의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등 저개발국의 부채 축소 노력도 기울여왔다.
에이드데이터 쪽은 중국의 원조가 일반적으로 저개발국의 환영을 받고 있으며, 이는 1960~90년대 서방 국가들이 고리의 원조자금 대출로 수혜국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과 달리, 중국의 이율이 일반 국제 금융거래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기여도를 계속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군사분야 외 원조를 32%(연간 135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혀, 중국이 향후 미국을 능가하는 원조국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무상원조를 통해 북한 경제를 지탱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14년간 북한에 제공한 원조 규모는 프로젝트 17건, 2억1000만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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