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시장에 내걸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시진핑 새 시대’를 선언한 것은 국제 질서에도 의미심장한 파장을 예고한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서구가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 중국이 이데올로기·경제·지정학의 세 측면에서 서구에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집권 뒤 중국은 ‘서구식 민주’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중국공산당의 일당 통치 체제가 훨씬 효율적이며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동맹 무시 행태를 비롯한 난맥상과 유럽연합(EU)의 혼란은 중국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끝없는 정치 투쟁과 분규, 정책 변경이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모습”이라며 “서방 국가는 노화하고 있는 민주체제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영문 논평을 싣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지도부는 집권 뒤 반체제 인사와 인권 변호사 등에 대한 탄압과 언론 통제 강화,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함께 서구적 가치를 배척하는 캠페인을 강화해 왔다.
서구에서는 정치 개혁을 거부하는 중국식 통제 모델하에서는 경제적 혁신이나 발전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경제는 과도한 빈부 격차와 투자에 의존하는 성장모델이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5~6.9%의 성장률과 기술 혁신, 전자결제와 전자상거래 등 정보통신(IT) 분야에서의 급속한 발전을 과시하고 있다.
경제와 대외 전략을 결합시킨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은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 질서의 판을 뒤흔드는 전략이다. 유라시아 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과 투자는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등에서 군사 용도의 항구 확보 등에서 보듯 군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또 미국이 관할하는 믈라카해협을 통하지 않는 독자적인 에너지 수송망 확보라는 목표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 노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를 넘어 떨치고 일어나 할 일은 하는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남중국해,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 중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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