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당국에 의해 갑자기 식수원공급이 중단된 중국 북동부 최대도시인 하얼빈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2일 물이 가득찬 물통 10여개가 준비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시 “쑹화강서 허용치의 100배 검출” 공급 중단
지린 화학공장 폭발때 유입…시민 물 사재기 비상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의 최대 도시인 하얼빈 주민들의 식수원 쑹화강이 맹독성 발암물질인 벤젠에 오염돼 시당국이 22일 자정부터 수돗물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벤젠은 골수암과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엄격히 규제하는 발암물질이다. 불안감에 휩싸인 하얼빈 주민들은 시내 곳곳의 슈퍼마켓을 돌며 생수와 음료수를 닥치는 대로 사재기하고, 의약품과 식료품을 비축하는 등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인구 900여만명의 하얼빈에는 교민 3000여명과 조선족 5만명이 살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총국은 이날 저녁 쑹화강과 합류하는 제2쑹화강의 상류인 지린성 지린의 벤젠공장에서 지난 13일 일어난 폭발사고로 벤젠, 아닐린, 크실렌 등 유독물질이 쑹화강으로 대거 흘러들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의 자회사인 페트로차이나가 소유한 이 공장의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대피했다. 환경보호총국은 폭발사고 다음날인 14일 수질을 검사한 결과, 벤젠 함유량이 검사지점에 따라 국가 기준보다 최고 10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유독물질은 80㎞에 이르는 거대한 띠를 이룬 채 제2쑹화강을 거쳐 넌강과 합류한 뒤 쑹화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오염띠는 23일 저녁 하얼빈 쓰방타이 취수장에 이르고, 25일 오후 하얼빈 구간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쑹화강 하류에 있는 무단장과 자무스에까지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제2쑹화강은 지린성 지역을 지난 다음 헤이룽장성으로 들어가 헤이룽장성 서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넌강과 합류해 쑹화강을 이룬다. 오염된 강물이 접근함에 따라 하얼빈 시당국은 이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쑹화강의 오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이날 자정부터 나흘 동안 수돗물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당국이 나흘 뒤로 수돗물 공급 재개 시점을 밝혔지만, 오염된 강물이 완전히 지나가고 안정성이 확인돼야 수돗물 공급을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헤이룽장성 10여개 도시들도 차례로 단수 조처를 내리고 있다. 하얼빈 각급 학교는 23일부터 30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하얼빈 주민들은 생수와 식료품을 닥치는 대로 사재기하고 있다. 시당국은 생수값을 올리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생수값은 이미 수십배로 뛰었다. 그나마 동이 난 상태다. 공중목욕탕, 미용실, 세차장 등은 영업을 중단했다. 시당국은 만약의 소요사태에 대비해 24시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지진이 닥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아 주민들의 공황상태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지진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 주민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숙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9월 하얼빈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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