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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5:48 수정 : 2019.11.21 02:46

홍콩 경찰이 홍콩이공대를 포위하고 학교를 점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에게 투항을 압박하자,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각) 자일을 타고 고속도로 쪽으로 내려와 학교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인권법안, 미국 상원 만장일치 통과
중국, 주중 미국대사 초치 “엄중 항의”
중국 “내정간섭 중단 않으면 단호한 반격”
“정세 오판말고 벼랑 끝에서 말고삐 잡으라”
미-중 무역협상 트럼프, 곤혹스런 선택 놓일듯

홍콩 경찰이 홍콩이공대를 포위하고 학교를 점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에게 투항을 압박하자,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각) 자일을 타고 고속도로 쪽으로 내려와 학교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가 분수령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원이 19일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과 ‘홍콩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즉각 “미국의 내정간섭”이라며 “주권과 안녕을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반격“을 선언하고 나서, 홍콩 사태는 미-중 인권 갈등 차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내년 재선과 미-중 무역협상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 승인을 둘러싸고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들었고, 타결 국면에 접어든 미-중 무역협상에 ‘홍콩’이 막판 장애물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원이 19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홍콩보호법은 최루탄·고무탄·전기충격기·분사액체 등 집회·군중을 통제 및 진압하기 위한 일체의 장비를 홍콩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사태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또 다른 법안인 홍콩인권법은 “2020년까지 행정장관 및 입법의원에 대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제도 마련을 지지한다”고 시한까지 못박았다. 홍콩이 누려온 ‘고도의 자치’ 수준을 미국이 1년에 한번 이상 평가한 뒤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통상 특별지위를 중단할지 결정한다는 내용과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책임이 있는 인물은 미국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가하는 조항도 담았다. 홍콩은 1997년 7월 영국으로부터 이양된 뒤 2047년까지 50년간 자본주의 경제를 보장받고 중국으로부터 반자치를 누리는 특별행정지역으로,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미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50여명의 의원 중 한명인 마크로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번 법안 통과는 홍콩의 자치주권 침해와 인권 위반에 대한 중국·홍콩 당국자들의 책임을 묻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가세했다. 상원의 민주당 간사인 척 슈머 의원은 이 법안 통과 직후 “우리는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홍콩 자유에 대한 억압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시위대의 자유를 억압하면 위대한 지도자도 위대한 중국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6월9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번 홍콩 시위의 발단이 된 ‘범죄인도법안’ 자체가, 비록 폐기됐지만 홍콩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고 미국은 주장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이 내정간섭 법안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드시 강력한 조처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즉각 경고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정세를 분명히 보고, 벼랑 끝에서 말 고삐를 잡으라(너무 늦기 전에 잘못된 행동을 중단하라). 제 불에 타죽지 않도록 즉시 이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조처하라”고 강한 어조로 맞섰다. 겅솽 대변인은 또 “홍콩 문제를 구실로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음험하고 악랄한 기도”라며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미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 처리 동향을 막판 협상이 진행중인 미-중 무역협상과 연계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 폴리테크닉대(이공대) 진입 작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전이 벌어진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오전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일어났다. 홍콩/AP 연합뉴스

이날 마 자오쉬 중국 외교부 차관은 윌리엄 클라인 주중 미국대사 직무대행을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미국 행정부는 이 법안 입법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와 만난 이 자리에서 클라인은 “미국은 홍콩사태를 심각한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하원도 이미 지난달에 독자적인 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앞으로 상·하원은 두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재표결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 검토·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안에 재가 또는 거부권 행사를 결정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리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가면 백악관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재가하면 미-중 무역협상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나는 쪽과 홍콩 사태 등 중국 인권문제에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믿는 쪽이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택지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들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홍콩 시위대를 가리켜 “폭동”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만약 홍콩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면 미-중 무역협상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홍콩 사태를 두고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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