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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우한 화난시장도 경유지 가능성”…전파경로 여럿일 수도

등록 2020-01-28 19:23수정 2020-01-29 02:38

[신종 코로나 비상]
확진 4500명·사망 100명 넘어
수도 베이징서도 첫 사망자
전문가 “6일마다 2배 늘수도”
잠복기 전염 땐 “최악의 상황”
‘사스 악몽’ 재연 우려 커져
중국 후베이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되자, 지난 27일(현지시각) 우한시 한커우의 중산 거리가 차량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텅 비어 있다. 베이징/신화, AFP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되자, 지난 27일(현지시각) 우한시 한커우의 중산 거리가 차량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텅 비어 있다. 베이징/신화, AFP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달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5일 1천명대에 진입한 지 불과 사흘 만에 확진자가 4천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 당시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를 종합하면,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본토 30개 성급 행정구역(성·시·자치구)에서 전날 하루에만 모두 1771건의 신규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누적 확진자는 4515명까지 늘었다. 특히 최초 발병지인 우한(892명)을 포함한 후베이성 전역에서만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1291명이나 됐다. 전날 오전까지 누적 확진 환자가 우한 698명, 후베이성 1423명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하루 새 확진자가 2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28일(현 지시각) 지하철이 사실상 텅텅 빈 채로 운행되고 있다. 우한, AFP 연합뉴스
수도 베이징에서도 28일(현 지시각) 지하철이 사실상 텅텅 빈 채로 운행되고 있다. 우한, AFP 연합뉴스

후베이성뿐만 아니다. 광둥성(188명)을 필두로 저장(173명)·허난(168명)·후난(143명)·안후이(106명)성과 충칭시(132명) 등 6개 성급 행정구역에서도 확진자가 100명대를 넘어섰다. 특히 국가위생건강위 쪽이 집계한 밀접접촉자가 4만7833명에 이르러,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망자 수도 크게 늘었다. 우한에서만 22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전날 하루 후베이성에서만 24명이 숨졌다. 앞서 허난·산둥·헤이룽장성과 상하이 등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데 이어, 27일엔 하이난성에서도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우한을 다녀온 뒤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 누계 사망자 수는 106명까지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이유와 관련해 펑쯔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27일 밤 <중국중앙방송>(C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배증 시간’이 사스보다 짧다”고 말했다. 배증 시간은 바이러스가 2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펑 부주임은 사스의 배증 시간은 9일 안팎이지만 신종 코로나는 대략 6~7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생지로 지목됐던 우한 시내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이외의 장소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의학 전문지 <랜싯>에 우한 지역 최초 확진자 41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를 기고했던 대니얼 루시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전염병학)는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와 한 인터뷰에서 “최초 확진자 가운데 13명은 화난시장과 아무런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화난시장에서 외부로 전파된 게 아니라, 외부에서 화난시장으로 들어간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는 뜻”이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 불법 유통 과정에서 전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루시 교수는 “12월1일부터 감염증 증세를 보인 첫 확진자는 잠복기를 고려하면 적어도 11월 중하순에 화난시장 이외 장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집단발병이 확인된 12월 말보다 적어도 1~2개월 이전에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으며, 감염자를 통해 우한 이외의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번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다 ‘잠복기 전염’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브리엘 렁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지난 25일 현재 감염증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2만5630명이며, 잠복기 환자를 포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우한에서만 4만359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감염 확진자 수는 6.2일마다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우한과 인접 도시 폐쇄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국가이민관리국은 28일 “가까운 시일 내에 출국할 계획이 있는 본토 주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행 시기를 늦출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해외 단체관광 금지 조치에 이어 개별 관광까지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중국 전역에서 의료진 약 6천명이 후베이성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미 4천여명의 의료진이 현지에 도착했으며, 28일 안에 1800여명이 추가로 도착할 것”이라며 “외부 지원 의료진은 우한 등 8개 도시에 나눠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환자 급증에 따라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후베이성 쪽은 충분한 방호복을 확보하지 못해 의료진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춘절(설) 연휴로 인해 의료용품 공장 가동률이 현저하게 낮아져 마스크, 고글, 방호복 등 의료용품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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