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텅 빈 거리를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초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이어 황강·샤오간 등 인근 도시에서도 감염증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면서, ‘제2의 우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7천명대를 훌쩍 넘어섰고 사망자도 170명까지 늘었다.
3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 전날에만 1737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모두 7711명까지 늘었다. 우한(2261명)을 비롯한 후베이성에서만 확진자가 4586명 나왔고, 시짱(티베트)에서도 처음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 본토 31개 성급 행정구역(성·직할시·자치구) 전체로 감염증이 번졌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그칠 줄 모르면서 허난·광둥·후난·안후이성 등 4개 지역에서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또 장시·산둥·쓰촨·장쑤성과 충칭·베이징·상하이 등 7개 지역도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31개 성급 행정구역 가운데 3분의 1에서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후베이성에서만 전날 사망자가 37명 늘었고, 쓰촨성에서도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누적 사망자는 170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우한(129명)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성에서만 모두 162명이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최초 발병지인 우한 인근 도시에서도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제2의 우한’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왕샤오둥 후베이성 성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황강·샤오간·징먼·셴닝 등 우한 이외 지역의 상황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확진자·의심환자가 1천명을 넘어선 황강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한에서 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후베이성 최동부에 위치한 황강은 허난·안후이·장시성과 맞붙어 있는 교통의 요지다. 지난 23일 ‘우한 봉쇄’ 직후 인구 750만명인 황강 역시 사실상 외부와 차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춘절 연휴 들어 황강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황강시 위생건강위 집계 결과, 지난 25일 처음 사망자 2명이 나온 데 이어 29일까지 모두 12명이 숨졌다. 확진자도 25일 122명에 그쳤지만, 29일 현재 496명까지 나흘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춘절 연휴 직전의 우한 상황과 엇비슷하다.
우한에서 북서쪽으로 60㎞ 남짓 떨어진 인구 480만명의 샤오간도 마찬가지다. 첫 사망자가 나온 26일 누적 확진자가 100명에 그쳤던 샤오간은 불과 사흘 뒤인 29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399명으로 4배가량 늘었고, 사망자도 6명으로 늘었다. 왕 성장이 회견에서 “우한 인근 지역이 ‘제2의 우한’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규정하고, 확진자가 많은 지역에선 2월2일 춘절 연휴가 끝난 뒤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한편, 방호복과 마스크·고글 등 방역용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인도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전세계적으로도 감염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우한에서 최근 인도로 들어온 대학생이 첫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필리핀과 핀란드 등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