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훠선산 감염증 전담병원에서 8일 방역요원들이 환자 이송용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신규 사망자가 이틀 연속 80명대를 넘어섰다. 반면 신규 확진자는 6일만에 2천명대로 떨어지고, 1천명대까지 치솟았던 신규 중증환자도 100명대 아래로 내려가는 등 감염증 확산세가 주춤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돼, 둔화 방향으로 ‘변곡점’에 이르렀는지 촉각이 쏠린다.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 후베이성 81명을 포함해 전날에만 모두 89명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2월 말 집단 발병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이에 따라 누적 사망자도 811명까지 늘면서, 지난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 당시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사망자(774명) 규모를 넘어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후베이성(2147명)을 포함해 전날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656명이다. 누적 확진자 2만명대를 넘어선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하루 신규 확진자 3천명대(4일 3886명 최고치)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3만7198명으로 집계됐으며, 중국 방역당국은 이 가운데 퇴원자(2649명)와 사망자를 제외한 3만3738명을 ‘현재 확진자’로 분류했다.
이런 변화는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에 의약품과 의료진이 집중 투입되면서, 현지 상황이 이전보다 안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베이성 방역당국은 그간 자택 격리 등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했던 경증 확진자와 의심환자까지 격리조치할 수 있는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3일 가동에 들어간 1000병상 규모의 훠선산 병원에 이어 이날엔 1600병상 규모의 레이선산 전담병원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후베이성 당국은 대학 기숙사도 격리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8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세가 “안정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 긴급대응팀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나흘 연속으로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지 않는 등 후베이성 상황이 차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지 방역당국의 예방·통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선 감염증 확산세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자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890명을 기록했던 후베이성 이외 지역 신규 확진자는 731명(4일)→707명(5일)→696명(6일)→558명(7일)→509명(8일)으로 낮아지고 있다. 광둥(1120명)·저장(1075명)·허난(1033명)성 등지에서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서긴 했지만, 감염증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날 1280명까지 치솟았던 신규 중증환자도 이날은 87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누적 중증 확진자가 6188명에 달해 사망자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적 의심환자도 2만8942명,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37만1905명 중 ‘의학적 관찰대상자’가 18만8183명에 이른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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