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 승전 75주년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오성홍기를 들고 참가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위기에 대한 통제·관리가 미-중 간 새로운 안보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스춘 중국 남해연구원장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태지역 미국 군사력 보고 2020> 출간 회견에서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양국 군사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우 원장은 보고서에서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군당국 사이의 소통·교류 채널은 급격히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이와 관련해 “2018년 9월 말 남중국해상에서 미군 구축함 디케이터호와 중국의 구축함 란저우호가 충돌 직전까지 간 이후 양국 군의 충돌 위험이 특히 높아졌다”며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양국 관계에 끼칠 영향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는 2018년 5월 ‘남중국해의 지속적인 군사화’를 이유로 중국의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 초청을 전격 취소했다”며 “같은 해 9월엔 미 국무부가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이유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에 대해 유례없는 제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관함식에도 전례를 깨고 불참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도 같은 행사에서 “현재 체제로는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어렵다”며 “더 효과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중대 군사행동 상호 통보 기제’와 ‘해상·공중 조우 안전행동 준칙’을 체결한 바 있다. 주 원장은 “미-중 간 기존 위기관리 체제는 양국 군이 실제로 조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대만해협 문제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공군기가 이달 들어서만 9일부터 22일까지 모두 8차례나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등 최근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이달 들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포함한 항공모함 3척을 서태평양 지역에 투입하는 ‘위력시위’에 나섰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 12일 “코로나19로 인해 미군의 준비태세가 약화했다는 주장이 중국 쪽에서 나오는데, 이에 대해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성 행보”라고 전했다.
주 원장은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해상·공중에서 미-중이 맞닥뜨리는 상황이 우발적이 아니라 의도적이란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며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신뢰가 있어야 상황이 적대적으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단된 미-중 군사당국 간 대화가 시급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