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으로 중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최신작이 사실상 검열 탓에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탓이다.
31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출간된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했다. 피케티의 전작을 중국에서 출간한 중신출판 쪽이 책 내용 가운데 중국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중신출판은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중신집단(옛 중국국제신용투자집단)의 자회사다.
피케티는 신문에 “중신출판 쪽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금으로선 중국에서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출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판사 쪽은 책 판권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피케티 신작이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피케티는 중국 공산당이 불평등 심화를 용인하고 있으며, 소득 및 재산 분배와 관련된 공식 통계자료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상위 10%의 부자가 중국 전체 재산(부)의 40~50%를 차지하는 등 스웨덴보다 불평등 정도가 낮았다. 하지만 2018년에 이르면, 상위 10%가 중국 전체 재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등 미국과 비슷한 고도 불평등 사회가 됐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능력에 따른 노동, 필요에 따른 분배”란 마르크스의 명제와 거리가 먼 국가란 뜻이다.
특히 피케티는 공산당이 집권한 국가임에도 중국에는 상속세 제도가 아예 없고, 세대 간 부의 이전과 관련된 통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초에 우리는 ‘아시아의 억만장자’가 상속세 없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면 공산당이 집권한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대단히 역설적인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3년 출간된 피케티의 대표작 <21세기 자본>은 중국에서 출간 즉시 큰 관심을 모으며 수십만부가 팔렸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불평등 문제를 파헤친 이 책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호평도 받았다. 시 주석은 2015년 한 연설에서 책 내용을 언급하며 “마크르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적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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