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6일 한국을 방문한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외교부를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에 이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이 17일 대만을 방문해 2박3일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1979년 양국 관계 단절 이후 미 국무부 최고위급 관료의 대만 방문이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16일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로 자료를 내어 “크라크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리덩후이 전 총통의 추모 행사 참석을 위해 대만을 방문한다”며 “미국은 리 전 총통을 기리기 위해 정치·경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대만의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와 강력한 유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따로 자료를 내어 “1979년 (국교 단절) 이후 미 국무부 최고위급인 크라크 차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17~19일 대만을 방문한다”며 “에이자 장관에 이어 다시 한번 고위 당국자를 파견한 것은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대만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크라크 차관은 방문 기간 동안 쑤전창 행정원장(총리 격)과 우자오셰 외교장관을 예방하고, 차이잉원 총통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애초 크라크 차관의 방문길에 양국 간 포괄적 경제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고위급 ‘경제·상업 대화’를 공식 발족시키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실무 준비 부족으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인 출신으로 지난해 1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발탁된 크라크 차관은 그동안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한 ‘화웨이 배제’의 선봉장 구실을 해왔다. 또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국제적 산업 공급망 구축을 위해 지난 5월 추진을 발표한 이른바 ‘경제번영 네트워크’ 구상도 주도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인물이란 뜻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미국-대만의 당국 간 인적 교류에 대해 일관되고 명확하게 반대해왔다”며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한 것으로,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군 윈-8 대잠초계기 2대가 전날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대만 방공식별구역 서남부 쪽으로 진입해 선회하며 정찰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초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 때도 중국군 전투기 2대가 중국-대만 간 영공 경계선 구실을 하는 ‘해협중간선’을 넘어와 긴장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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