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 자리한 앤트그룹 본사 모습. 중국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됐던 앤트그룹의 기업 공개 일정을 전격 중단시켰다. 항저우/EPA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점쳐졌던 핀테크(모바일·온라인 기반 금융서비스) 기업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 일정을 전격 중단시켰다. 인민은행 등 중국 4대 금융당국이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질책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로, 재상장은 빨라야 6개월 뒤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전날 밤 공고문을 통해 앤트그룹의 상장 일정을 ’잠정 중단’시키면서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지난 2일 금융당국의 앤트그룹 경영진 소환 이후 핀테크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규제) 환경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따라 앤트그룹이 상장을 위한 조건과 정보공개 요건 등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콩 증권거래소 역시 같은 이유로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인터넷 매체 <텅쉰망>은 “상장 일정 중단 발표 직후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은 한밤중에 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6개월 이후에나 재상장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제정한 ’최초 기업공개 및 상장관리 방법’ 제39조는 "당국이 증시 상장 신청을 비준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최종 결정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된 날부터 재신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 등 4대 금융당국은 2일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소환해 질책성 면담(웨탄)을 진행했다. 마 전 회장이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 금융권을 ‘전당포’에 견주며, 금융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에 대한 ‘경고’였다.
같은 날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핀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 관리 잠정 방법’ 등 2개 법규를 입법 예고했다. 특히 △대출 한도·자격 △영업 가능지역 제한 등을 통해 앤트그룹을 비롯한 핀테크 업계의 주력상품인 소액대출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마 전 회장이 비판한 국영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당국의 ‘반격’이란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뉴욕증시에서 모기업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8.13% 폭락한 285.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폭락 장세로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750억달러 가량 증발했다.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350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알리바바 주식 4.2%를 보유한 마윈의 개인 재산도 30억 달러(약 3조3천8800억원)가량 줄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앤트그룹 상장 취소로 누가 (중국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분명해졌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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