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현지시각) 상하이에서 열린 제3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 태도는 ‘전략적 인내’와 ‘의도적 무시’ 사이에 걸쳐 있다. 미-중 관계에 끼칠 파장과 국내 여론을 두루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관련 보도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중국중앙텔레비전>의 간판 뉴스인 ‘신원롄보’는 미 대선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도 다루지 않았다. 4일엔 방송이 끝날 무렵 1분30초 분량의 기사 한 꼭지만 내보냈다. 이마저도 간단한 개표 상황과 함께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분열 상황”이라거나, 선거 뒤 폭력사태를 우려한 “기록적 총기 구매 증가” 등을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5일도 마찬가지여서, 역시 방송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전지 4개 주에서 소송을 낸 것과 뉴욕 등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장면만 강조해 내보냈다.
관영매체와 달리 중국 누리꾼들은 미 대선 관련 소식에 폭발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 소식은 1시간 남짓 만에 1억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반응을 들여다보면 관영매체의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일부 누리꾼들은 ‘미 대선 뉴스는 연예면 아래에 배치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취약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선이 푸단대 교수(국제정치)는 4일 <관찰자망>에 올린 동영상 논평에서 “이론상 세계에서 정치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제도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트럼프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오늘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누리꾼은 “미국 선거제도는 이미 실컷 봤고, 이제 사법제도는 어떤지 확인하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미국 민병대의 전투력은 어떤지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비꼬는 댓글을 달아놨다.
인기 논객인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6일치 칼럼에서 “과거엔 미국인들이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부러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며 “선거는 미국 사회를 극단적으로 분열시켰고, 중국처럼 복잡한 조건에 있는 거대한 나라에 그런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는지를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H6s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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