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해외) 여권과 홍콩특별행정구 여권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입법회가 이민 당국에 입·출경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입경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홍콩 시민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홍콩방송>(RTHK)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입법회는 전날 보안국(법무부 격)이 발의한 입경 조례 개정안을 논의 2시간여 만에 표결에 부쳐, 찬성 39대 반대 2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범민주파 입법의원 전원 사퇴로 홍콩 입법회에는 친중파만 남은 상태다.
개정 조례는 홍콩 입경사무처장(출입국관리소장 격)에게 홍콩을 들고나는 모든 승객과 승무원, 배편과 항공기 등 여행수단을 포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법원의 결정 없이도 입경사무처장의 판단에 따라 특정인의 홍콩 입경 또는 출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 조례에 입·출경 금지 대상을 지정하는 기준과 기간, 적용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사실상 ’백지수표’를 쥐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외국 이주를 고려하는 홍콩인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조례 개정이 이뤄지면서, ‘홍콩인 발목 잡기 조례’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앞서 지난해 말 보안국이 개정 조례안을 공개한 직후부터 홍콩변호사협회(HKBA)와 시민사회 쪽에선 “입경사무처장에게 출·입경과 관련해 지나치게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며 “중국 본토에서 시행하고 있는 출국 금지 조처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기본법(헌법 격)이 보장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존 리 보안국장은 “개정 조례는 불법 이주민과 가짜 난민 신청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으로 입경하려는 사람에 한해 적용될 것이며, ‘이동의 자유’란 홍콩인의 헌법적 권리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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