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비판적인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본사 건물. 홍콩 증시는 이날 이 회사의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시켰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빈과(핑궈)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공안당국이 이 회사 최대 주주이자 홍콩 시민사회 원로인 지미 라이의 자산을 동결한 데 따른 조치다.
17일 <홍콩방송>(RTHK)의 보도를 종합하면, 넥스트디지털은 지난 14일 홍콩 증시 쪽에 “이날 개장에 앞서 자사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쪽은 성명을 내어 “당국의 자산 동결 조처에 대한 회사 쪽 공식 입장문을 낼 예정이며, 이는 ‘내부 정보’에 해당해 주식 거래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이는 이 회사 주식의 71.2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발효된 ‘홍콩보안법’에 따라 자산 동결 조처가 내려진 것은 라이가 첫 사례다. 동결된 자산은 넥스트디지털 외에도 라이가 소유한 3개 회사의 은행 계좌 등 모두 5억홍콩달러(약 730억원)에 이른다. 홍콩보안법 43조3항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에 사용되거나 사용될 우려가 있는 자산을 동결·압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는 지난해 말 홍콩보안법 위반(외세결탁)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됐으며, 수감 상태로 2019년 8월 불법 집회 참여 혐의로 징역 14개월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라이는 2019년 10월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열린 또 다른 불법 시위 참여 혐의로 추가 기소됐으며, 이날 법정에 출두해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지미 라이와 <빈과일보>를 싸잡아 ‘체제전복 세력’으로 비난해 온 렁춘잉 전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넥스트디지털의 종말’이란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빈과일보> 폐간을 주장했다. 홍콩보안법 31조는 보안법 위반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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