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자리한 우한바이러스 연구소를 방문한 지난 2월3일 경비요원들이 연구소 주변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총회(WHA)를 계기로 미-중이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다시 꺼내들자, 중국이 “미국 쪽 실험실부터 조사하라”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27일 “올 초 우한을 방문했던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은 중국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며 “미국은 동맹과 합세해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를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딱지를 붙인 뒤 악의적인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세계보건총회 개막 직전에 미 언론이 ‘정보 당국’의 보고서를 근거로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에 불을 지핀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험실 유출설을 ‘음모론’이라고 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까지 나서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세계보건기구의 2단계 조사는 필요하지만, 중국 우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미국 포트 디트릭 연구소에선 2019년 이후 눈길을 끌 만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미국이 아시아 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물학 연구소 역시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긴급히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에 자리한 포트 디트릭은 미 육군에 딸린 고위험군 바이러스 연구소로 지난 2019년 7월 ‘안전 상의 이유’로 잠정 폐쇄된 바 있다. 이 연구소는 같은 해 11월 부분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해 3월 말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중국 쪽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우한 연구소 유출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 연구소 문제를 거론해왔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미국인들은, 입으로는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마음 속으론 정치적 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른바 ‘실험실 유출설’을 비롯한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행태는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의 과학정신과 연구 결과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세계적인 방역 노력과 연대를 모독하고 유린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단서와 각종 보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코로나19는 2019년 하반기 초부터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며 “미국 쪽에서 진정으로 투명한 조사를 원한다면 중국이 했던 것처럼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포트 디트릭을 비롯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미군 생물학 실험실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 관련기사
바이든, 코로나 기원 논란에 가세 “90일 안에 다시 보고하라”
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6863.html
코로나 우한연구소 기원설…과학자들, 왜 다시 관심 가질까?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67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