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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밀 수출 한시 중단…아프리카 빈국 “기아의 허리케인” 우려

등록 2022-03-15 19:52수정 2022-03-16 02:32

밀·호밀·보리 등 6월말까지 금지
러시아 세계 1위 밀 수출국
아프리카 빈국에 파장 미칠까 촉각
유엔 “기아의 허리케인 막아야”
13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슈퍼마켓에 빵과 밀가루로 만든 식품 매대가 거의 비어 있고 앞에 “한 사람당 1봉지 (판매)”라고 쓰여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슈퍼마켓에 빵과 밀가루로 만든 식품 매대가 거의 비어 있고 앞에 “한 사람당 1봉지 (판매)”라고 쓰여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당분간 밀 등 주요 곡물과 설탕을 유라시아경제연합(EEU)으로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세계 1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이번 조처는 옛 소련 구성 국가에 한정되는 조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파장이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며 전세계적인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14일(현지시각) “외부적 제약에 직면한 국내 식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유라시아경제연합에 밀·호밀·보리·옥수수 수출을 6월30일까지 금지하고, 백설탕과 원당 수출은 8월31일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와 옛 소련 구성 국가인 벨라루스·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구성된 경제 연합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구의 경제제재로 자국 내 식량 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최근 관세자유구역이 운영되는 유라시아경제연합 국가들에 대한 곡물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빅토리야 아브람첸코 부총리는 다른 국가에는 수출 할당 범위 내에서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은 무역상에 곡물 수출을 계속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연구소인 ‘경제복잡성관측소’(OEC)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밀 수출 1위는 러시아로 81억4천만달러를 수출했다. 우크라이나도 같은 해 기준 31억1천만달러의 밀을 수출한 5위 수출국이다. 두 나라의 밀 수출액을 합치면 전세계 수출액 4분의 1이 넘는다. 그 때문에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가 국내 식량 사정 등을 이유로 수출을 추가 제한하면, 이 두 나라에 곡물을 의존해오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주요 밀 재배 지역이 이번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남동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15일치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곧 봄 파종 시기에 접어든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 영향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매월 6000만~7500만달러씩 조달하는 곡물의 50%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왔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서구의 지원 물자를 봉쇄하기 위해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 주요 항구를 점령하면, 수출 곡물이 선적되는 데 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3일 이미 발생한 곡물 수출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철도 운송을 배로 늘려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전황 변화에 따라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서구의 가혹한 경제제재로 시름하는 러시아가 향후 밀 등 주요 곡물 수출의 고삐를 더 바짝 죄면 중동과 아프리카에 몰려 있는 주요 식량 수입국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45개 아프리카 국가와 최빈국들은 수입 곡물의 3분의 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이 가운데 18개 국가는 최소 50%를 수입한다”고 말했다. 이 두 나라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는 이집트·콩고·부르키나파소·레바논·리비아·소말리아·수단·예멘 등이 꼽힌다. 특히,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의존도가 70%, 레바논은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비중이 60%에 이른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기아의 허리케인’을 막고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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