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0일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EU)과 영국이 15일(현지시각)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투자 금지와 사치품 수출 금지 등을 포함한 4차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이번 제재안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를 광범위하게 금지했다. 이번 조처로 러시아의 석유기업 로스네프티, 트란스네프티, 가스프롬네프티 등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기업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에너지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되지만, 원자력 분야는 예외로 적용이 면제됐다. 몇몇 유럽연합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의 원자로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팔라듐 등 희귀금속과 천연가스의 수입도 허용됐다.
유럽연합은 33억유로(4조4931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철강제품 수입도 금지했다. 또 값이 300유로(40만8581원) 이상인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했다. 여기에는 귀금속과 수정, 캐비어, 와인, 핸드백, 가죽제품, 신발, 옷 등이 모두 포함됐다. 승용차도 5만유로(6808만원)가 넘으면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유럽연합 당국자는 사치품 수출 제한이 러시아 상류층의 생활 방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연합은 신용평가기관이 러시아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신용 평가를 발행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 러시아의 ‘최혜국 대우’ 지위를 박탈하는 것도 합의해, 러시아 제품에 징벌적인 관세 부과와 금수조치를 내릴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정치인과 올리가르히(신흥재벌)를 비롯해 항공, 조선, 기계 제조 부문 주요 기업, 러시아 국방·산업 부문과 관련된 개인 15명과 단체 9곳도 이번에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영국도 이날 고가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보드카 등 수백 개 수입품에 35%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며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철강, 비료, 목재, 타이어, 알루미늄, 주류, 골동품 등으로, 9억파운드(1조4600억원) 규모이다.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등 370명을 추가 제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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