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소행으로 보이는 집단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6일 시민들이 주검을 옮기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군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부차 학살’에 책임이 있는 부대를 특정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책임 부대를 가려내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엔엔>(CNN)은 6일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부차에서 잔혹행위를 저지른 러시아 부대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에 연루된 이들을 특정하는 것은 지금 매우 우선 순위에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미국이 ‘부차 학살’이 드러난 직후부터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이들을 특정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모든 도구와 자산을 사용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미국 정부가 책임 있는 러시아 부대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도구와 자산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장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과 해당 시간과 장소에서 채취한 러시아군 통신 도청 자료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부차에서 잔혹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한 개 이상의 러시아군 부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도 분석 중이다.
하지만, 방송은 미국 정부가 이 작업을 통해 드러난 결과를 바로 공개할지 이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넘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집단학살이 “러시아 정부의 허가 아래 이뤄진 것”이라 보고 있다. 2019~2020년 국방장관을 지낸 안드리 자호로드뉴크(45)는 6일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대량학살은 3월 초 일제히 시작됐다면서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학살이 실행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학살이 시작된 시기는 러시아군이 키이우·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함락시키기 위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고전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전황이 답보 상태에 이르자,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닦달하며 협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은 이번 학살의 진상을 가리기 위한 합동조사팀을 만들기로 4일 합의한 상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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