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하면 “전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견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의회주의의 날인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궁이 공개한 연설 내용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만약 누군가가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해 러시아에 전략적 위협을 가한다면, 그들은 우리의 대응 타격이 전격적일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이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며 “자랑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모든 결정을 내렸다”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시작된 ‘특별 군사 작전’의 모든 목표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러시아 크림반도의 주민, 그리고 우리 나라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러시아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루간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세력이 세운 자칭 ‘공화국’의 주민 보호를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 중 하나로 들어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만 보면, 우크라이나의 남부까지 점령해 이를 몰도바 내 친러 세력이 만든 미승인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와 연결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하루 전인 지난 26일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미국이 40여개국 동맹국들 관리들과 회의를 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를 논의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에 신중했던 독일은 이 회의에서 게파르트 자주대공포 5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발표하는 등, 서방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때부터 “오늘날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 무장 국가들 중 하나”라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는 위협을 하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견제했다. 침공 나흘째인 2월27일에는 핵무기를 다루는 억지력 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연설에서 “전격적 타격”의 수단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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