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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탈리아 법원, 나치 범죄에 피해보상 인정…독일, “국가면제 위반” ICJ에 제소

등록 2022-05-01 13:44수정 2022-05-02 02:46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2020년 1월 23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2020년 1월 23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이탈리아 사법부가 나치의 범죄에 대한 독일 정부의 배상을 요구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아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9일 저녁(현지시각) 누리집에 자료를 올려, 독일이 국제법상 인정된 국가면제를 이탈리아가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가면제(면책)란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의 민사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12년 국가의 관할권 면제를 인정해 이탈리아 법원이 자국을 재판할 수 없다고 판결한 전례가 있다. 당시 양국의 법적 다툼은 2차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붙잡혀 강제노역에 끌려간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1998년 자국 법원에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서부터 비롯했다.

1, 2심은 “국가면제에 해당한다”며 기각했지만, 2004년 대법원은 “인권보호는 불가침이며 강행규범(누구나 상식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보는 보편적 원칙)을 위반한 국가의 행위에는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그러자 독일은 2008년 12월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이 국가면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12년 2월 재판관 12명의 다수 의견으로 독일의 국가면제권을 인정하며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재판관 3명은 소수의견으로 “인권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이탈리아 의회는 이듬해 1월 국제사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을 존중해 국내 법원에 국가면제 적용을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 법률에 위헌심판이 제기됐고,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년 재판관 12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반인륜 범죄 등에 대해선 국가면제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국가면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을 때도 승소와 패소를 가르는 핵심 법리였다. 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열렸지만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지난해 1월 소송에선 일본의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인정됐지만, 석 달 뒤 다른 피해자의 소송에선 일본의 국가면제가 인정돼 소송이 각하됐다.

독일은 이번 소장에서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이탈리아 법원이 독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25건 더 받아들여 독일의 국가면제권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독일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 응하지 않자, 이탈리아에 있는 괴테하우스 등 독일 정부의 자산을 압류하고 다음달 25일까지 이들 자산을 강제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독일은 우선 국제사법재판소에 이들 자산의 매각을 막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본안 판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차세계대전 피해보상과 관련해 그동안 피해국과 광범한 피해보상 조약을 맺어 몇십억 유로를 지불하는 등 피해보상을 모두 마쳤다는 입장이다. 일본도 위안부와 강제동원 등 식민지 배상과 관련해 1965년 한-일 기본조약 부속 협정인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책임을 모두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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